지난해 이어 올해도 여실히 드러나
책무구조도·조직 신설 중요하지만
책임 분산·수습 위주로 변질될수도
대출 심사 부실, 횡령 등 은행들의 금융사고가 올해도 드러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당국의 질타를 받은 후 은행권은 일제히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예방에 나섰지만, 당장의 손실을 막기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고의 완전한 예방을 위해 수습 위주보다 실질적인 구조적 변화가 절실하다고 분석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 청주지점장은 지난 2016~2020년 대출 브로커의 알선을 받아 7개 기업에 부실 대출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총 15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해당 지점장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의 추정 매출을 부풀리고 기존 대출액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지점장의 면직을 요구하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또 산업은행에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개선하라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신한은행에서도 올해 두 번째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공시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자체 감사 과정에서 17억원 규모의 횡령사고를 발견하고 내부 감사에 들어갔다.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A씨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 압구정 지점 등에서 수출입 기업의 허위 대출 서류를 만들어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올해에도 금융사고 논란이 일자 지난해부터 은행권이 내세운 의지와 여러 제도적 대책이 무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확실한 구조적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사고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후 '조직문화 쇄신'과 '체계적인 감독방안'이 필요하다고 결론냈다. 이에 은행들은 줄지어 책무구조도를 제출했고 본격적으로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은행이 이사회 의결을 받고 감독당국에 제출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은행권이 지난해 금감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전에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융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는 빈틈이 존재한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책무구조도 등 규제가 적용돼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보여주기 식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보다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문화 정착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습을 도맡을 책임자를 확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자체를 막기 위한 구조가 자리 잡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려되는 것은 금융권 책무구조도가 적용돼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보여주기 식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십 년동안 이어져온 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며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가장 우선 순위는 폐쇄적 조직 문화 등 구조적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