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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 7자리 중 1개 잘못 입력…초유의 '민간 오폭' 불러낸 軍


입력 2025.03.07 16:12 수정 2025.03.07 16:53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최악 '민간 오폭'…조종사 좌표입력 실수

3차례 '셀프 검증' 이어졌으나 8발 투하

"숫자 1개 틀리면…수㎞씩 오차 발생해"

軍, 구조적 문제 판단 후 보안 방안 마련

7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피해 주민이 파손된 집을 보며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전투기 민간 오폭 사고는 조종사가 표적지 좌표를 가르키는 7개 숫자 중 위도 숫자 1개를 잘못 입력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살상 무기를 동반한 전투기 훈련은 치밀한 준비와 철저한 안전 수칙 통제·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군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에 공군은 좌표 입력 과정을 보완하는 절차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일 군에 따르면 전날 경기 포천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의 MK-82 항공폭탄 오폭 사고는 조종사가 좌표 숫자 1개를 잘못 입력하면서 벌어졌다.


MK-82 폭탄은 건물·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직경 8m·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든다. 폭탄 1개의 살상 반경은 축구장 1개 정도의 크기이다. 유도 방식이 아닌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한다.


군은 KF-16 전투기 2대 중 1번 조종사가 7개 숫자 중 위도 숫자 1개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확인했다. 2번 조종사는 훈련 목적상 선임인 1번 조종사의 투하 뒤 발사 버튼을 누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좌표 중 1개만 숫자가 달라져도 오차범위는 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오로지 조종사에게만 좌표 확인을 맡겨둔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이에 조종사 외 인원이 부여된 좌표와 입력된 좌표를 비교하는 절차를 새로 만드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오폭 사고를 낸 조종사는 훈련 당일 비행에 앞서 전날 목표 지점 좌표를 부여받고 이를 USB 형태의 임무 계획 장비에 입력했다. 이 장비를 비행 당일 전투기에 장착하면 사전 입력해 둔 좌표가 전투기에 연동된다.


7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 구덩이가 파여 있다. ⓒ연합뉴스

조종사는 △장비에 좌표를 입력할 때 △장비를 전투기에 장착해 좌표가 기체에 연동될 때 △좌표 지점에 도착해 사격하기 전 등 총 3차례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격 직전의 확인은 맨눈으로 지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조종사가 단독으로 챙기게 돼 있었다. 이같은 과정에도 상대적으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조종사는 좌표 중에서 총 일곱 자리로 된 위도 숫자 중 하나를 틀리게 입력해 검증 과정에서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잘못된 숫자 하나로 국방부는 29명의 부상(민간인 15명·군인 14명)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공군은 조종사의 실수·착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재 방식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보완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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