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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들이 경쟁적으로 찾는 이곳…'부산'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입력 2025.03.12 00:20 수정 2025.03.12 06:45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김경수·김두관·안철수·이재명·한동훈 순 '부산 방문'

유권자 전략적 투표에 '스윙보터'로…잠룡들 민심에 구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부산신항지사 부산항 홍보관을 방문,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잇따라 부산을 찾고 있다. 부산은 과거엔 '보수 텃밭'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다수 선거에서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 성향이 드러나면서 전국적 선거의 '스윙보터'로 꼽히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부산을 찾은 여야 대권주자는 5명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두관 전 의원, 이재명 대표가 각각 부산을 방문했다.


이 중 가장 먼저 부산을 찾은 잠룡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다. 그는 지난달 27일 부산일보사에서 메가시티포럼 주최로 열린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부·울·경 메가시티의 과제' 강연에서 초광역 지방정부 시대를 열기 위해 전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메가시티를 추진, 수도권 일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지난 4일 부산에서 '김두관의 헌법개정 제안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김 전 의원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도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극복을 위해 개헌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재명 대표 역시 개헌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5일엔 안철수 의원이 부산을 방문했다. 안 의원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접견, 지지자들과의 모임, 부친 고(故) 안영모 원장의 병원인 범천의원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안 의원이 대권 행보의 첫 시작으로 고향인 부산부터 찾은 건, PK를 기반으로 '조기 대선'을 겨냥한 지지세를 본격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재명 대표의 지난 6일 부산 방문은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신경전'이 발발하면서 주목됐다. 이 대표는 지역 공약인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당 차원의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박 시장은 "북극항로는 (부산시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부산에 가장 중요한 현안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라며 "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박 시장께서 민주당 대표가 인천에 살다 보니까 부산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아니다"라며 "북극항로 문제로 부산을 찾은 것은 지방 소외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보기 위한 실천적 활동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간담회 후에도 "이 대표가 부산시민을 냉대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이 대표는 면담 평가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부산 부산진구 영광도서 8층에서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주제로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 활동 재개 이후 처음으로 지난 10일 지역 첫 일정을 부산에서 소화했다. 한 전 대표는 부산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87년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개헌론'을 재차 내세우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특히 그는 부산을 '카드'라고 칭하며 지난 총선 당시 부산 민심이 개헌저지선을 지켜줬다며 부산 민심에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주자들이 부산을 찾은 건 부산 민심을 얻는 대권주자가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인식과 연관돼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남권 중에서도 대구·경북은 보수 정당을 무조건적으로 품어주는 곳이라면, 부산은 보수 정당에게 애정을 담은 회초리를 드는 곳"이라며 "부산 민심이 무조건적으로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여야 대권주자들이 부산 민심을 신경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은 과거 보수 텃밭으로 불렸지만, 20대 총선에서 보수 전선이 무너진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번갈아 선택하면서 '스윙보터'로 주목받고 있다.


20대 총선 전까지는 보수정당이 압승했지만,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5곳 탈환으로 최대 성과를 이뤘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38.71% 득표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31.98%)에 승리했다. 이러한 흐름은 2018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부산 18석 중 15석을 보수정당이 차지하며 '보수로의 회귀'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이 득표율 58.25%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38.1%)에 큰 격차로 승리했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이뤄진 여론조사에선 정권 연장론과 정권 교체론이 팽팽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7일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경남에서 정권연장론은 49.5%, 정권교체론은 46.2%로 오차범위 내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부산 정가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산이 전국 선거에서는 예전과 달리 스윙스테이트가 되고 있다"며 "역대 대선에서 부산에서 성적이 안 좋으면 이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부산에서 중도층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총선 의석수는 17대 1이었지만, 여야의 득표율 차이가 예전처럼 벌어지지 않았다"며 "공약을 잘하면 당선될 수 있는 곳이고 잘 못하면 또 돌아서기도 하니까 이런 인식에서 대권주자들이 부산부터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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