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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즉생' 직후 주총..."본연 경쟁력 회복" 거듭 약속한 삼성전자(종합)


입력 2025.03.19 13:50 수정 2025.03.19 13:5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

이재용 '독한 삼성' 주문 직후 다소 차분한 분위기

"5만 전자 대책 보여달라" 질의 반복된 주총 현장

경영진 "기대에 못미쳐 죄송, 분발하겠다" 약속

삼성전자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독한 삼성인' 주문 직후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경영진들이 "본연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거듭 약속하며 "회사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가전과 반도체 등 회사 전반에 걸친 사업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기술 리더십 회복'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특히 반도체 전문가를 이사회에 전면 배치하며 사업 반전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9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반도체 전문가 3명을 신규 사내 및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원안 가결했다. 이에 따라 전영현 메모리사업부장 겸 DS부문장과 송재혁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 겸 반도체연구소장,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정보공학부 교수가 신규 사내 및 사외이사로 확정됐다.


이같은 이사진 구성은 최근 삼성전자가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AI 반도체 분야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 현장에는1000여명에 가까운 주주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난해 현장에 600여명이 참석한 것과 비교해 그 참석자 수가 대폭 증가했다.


최근 5개월째 5만원대에서 움직이지 않는 주가를 우려하는 주주들의 연이은 질의에 주주총회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로 약 세시간 반동안 이어졌다. 주주들은 "주가 부양 구체적인 대책이 있느냐", "경쟁사보다 떨어진 HBM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 "대형 인수합병과 관련한 계획은 없는가" 하는 질문을 쏟아냈다.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임채현 기자
전 제품 AI화... 인수 합병도 추진 중

주주총회 의장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은 "올해도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가전 부문과 관련해선 "전 제품에 AI를 적용하고 스마트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면서 발전하고자 한다"며 "제품 간 연결이 많아질수록 보안도 중요한데, 삼성은 최상위 보안등급을 지속 획득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밀접히 협력해 차세대 AI 혁신을 보이겠다. 아울러 주요 회사들 인수도 진행하고 있고 대형 인수합병도 기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주주총회 현장에선 지난해까진 볼 수 없었던 제품 관련 전시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의 'AI Home' ▲스마트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갤럭시 AI' ▲AI Home 컴패니언(Companion) 로봇 '볼리(Ballie)' ▲'투명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의 '전장 솔루션과 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의료기기 등 총 6개 섹션이 전시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업 경쟁력 저하 우려가 대두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의 비전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이같은 전시 부스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로봇, AI 휴머노이드, 토탈 헬스케어 사업, 공조 사업 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전영현DS부문장이 발언하고 있다.ⓒ임채현 기자
전영현 "초기 HBM 대응 놓친 실수, 되풀이 안할 것"


최근 삼성전자의 경쟁력 악화 및 실적 부진이 사실상 반도체 부문에서 왔다는 점에 착안해 이날 주주총회에선 반도체 기술 관련한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크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뒤처진 HBM 경쟁력 ▲파운드리 사업 부진 ▲범용 레거시 D램의 중국 저가 공세 등과 관련해 수익 방어를 묻는 내용들이었다.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은 직접 나서 "AI 경쟁력 시대에 HBM은 하나의 대표적 소자, 즉 부품인데 그 시장 트렌드를 저희가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다"며 "다만 지금은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조직 개편이나 모든 기술 개발에 적극 노력하고 있고 그 결과는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턴 저희 HBM3E(5세대) 12단 제품이 시장서 분명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6세대인 HBM4 시장에서는 선두주자로 앞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범용 D램 시장과 관련해서는 "중국 제조사들이 D램·낸드 시장에 본격 참여하고 있는데 아직은 기술력 부족이라 로우엔드에만 진입하고 있다. 물량 부문에선 로우엔드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고부가 시장인 하이엔드를 더 중요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하이엔드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단노드 경쟁력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이 로우엔드부터 점진적으로 시장에 들어오겠지만, 이처럼 선단 노드를 빨리 개발하고 차별화 기술을 개발하면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좀처럼 적자 폭을 벗어나지 못하고 글로벌 1위 TSMC와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파운드리 분야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2년에서 늦어도 3년 내 매출 성장을 증명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진만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장은 "지금까지 내부 기술개발 현황 등을 파악했고 저희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다. 부족한 감이 있지만, 파운드리가 수주사업인 만큼, 그 매출이 나오기엔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진만 사업부장은 "파운드리는 65나노부터 2나노까지 다양한 공정들을 서포트하고, 또 각 공정들에 대해 고객이 있고, 거기에서 수주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데, 사실 1~2분기 내 해결은 어렵다"며 "비효율적인 관행이나 투자를 과감하게 없애고, 기술 분야나 대고객서비스 쪽에 투자를 늘려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영진들은 우려를 쏟아내는 주주들의 질의에 "초격차 유지를 위해 우수 인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반드시 하반기에는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을 보일 것", "가전의 경우 차별화를 위해 AI 편의성 제고를 꾀하겠다", "로봇 사업, 휴머노이드, 메드텍 분야 등 미래형 사업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약속, 동시에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연신 숙였다.


아울러 주52시간 규제와 관련한 질문에 전영현 DS 부문장은 "핵심 개발자들이 연구를 더 하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는데 현재 국회에서 많은 논의가 되고 있고, 또 정부에서 특별연장근로제도가 일단 도입했다. 아마 조만간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지 않겠나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死則生)' 고강도 발언 직후 삼성전자는 고강도 혁신을 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경영진들이 '필사의 위기 극복'을 약속하자 시장의 반응은 소폭 기대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2시 58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00원(2.26%) 오른 5만8900원에 거래 중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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