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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격전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대세인가 틈새인가


입력 2025.04.01 15:21 수정 2025.04.01 19:04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테슬라가 점화한 4680 배터리…차세대 전기차용 폼팩터로 주목

삼성SDI, 국내 첫 양산…LG엔솔·SK온도 경쟁 구도 본격화

시장성은 크지만 표준화·점유율 한계 등 과제도 여전

삼성SDI가 지난 3월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공개한 46파이 배터리 라인업. ⓒ삼성SDI

국내 배터리 3사가 처음으로 동일한 폼팩터에서 정면 승부를 벌인다. 테슬라가 촉발한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모두 뛰어들며 'K-배터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지만 낮은 점유율과 표준화 미비라는 한계 속에 시장 주도권을 쥐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날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차세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당초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3사 경쟁 구도에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간 셈이다.


삼성SDI는 4695 규격 배터리를 우선 소형 모빌리티에 적용한 뒤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진입하면서 동일한 폼팩터를 두고 처음으로 정면 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그간 각 사는 각형, 파우치, 기존 원통형 등 서로 다른 배터리 형태에 집중해 왔지만 46파이 배터리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나란히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배터리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당초 46파이 시장의 선두주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리비안, 메르세데스-벤츠 등과의 공급 계약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듯했지만 테슬라향 4680 배터리 납품이 지연되면서 삼성SDI가 먼저 양산에 돌입하게 됐다.


후발주자인 SK온도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양산 준비 단계에 있다. 지난달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처음으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실물 모형을 공개했으며 4680·4695·46120 등 총 3가지 규격을 전시했다. SK온은 지난해 하반기 파일럿 라인을 준공한 뒤 품질과 생산 공정, 양산성 등을 검증하며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46파이 배터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테슬라가 자사 전기차에 ‘468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면서부터다. 테슬라는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이면서 주행거리를 약 16% 늘릴 수 있다고 밝혀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기술적인 강점도 뚜렷하다. 우선 에너지 밀도가 높아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고 충전 속도도 개선돼 전기차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존 배터리 구조에서 공정을 단순화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완성차 업체들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테슬라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GM, 리비안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46파이 배터리 채택을 추진하면서 해당 폼팩터가 차세대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46파이 배터리 시장은 올해 155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650GWh까지 확대해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원통형 배터리 자체가 시장 내 입지가 넓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은 데다 46파이 배터리는 아직 표준 규격으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해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NE리서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의 폼팩터 점유율은 70% 중후반대를 기록했으며 원통형은 10%대에 머물렀다. 이는 2023년 대비 각형은 5~6%p 확대된 반면 원통형은 2~3%p 축소된 수치다. 시장이 각형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원통형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46파이 배터리는 지름은 동일하지만 길이나 내부 구조가 제조사마다 달라 아직 산업 전반의 표준 규격으로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호환성과 생산 효율성을 확보하려면 폼팩터의 표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는 본격 확산 전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녀 글로벌 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주류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EV 시장에서 파우치형과 각형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46파이 배터리는 표준화 부재와 호환성 문제, 열 관리 등에서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며 "기술적 가능성은 높지만 단기간 내 급속 확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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