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50' 괴물 류현진, 푸이그에 묻혔다?
MLB.com "류현진, 푸이그 활약에 가렸다"
다저스 정점 오르면 류현진 가치 더 부각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빼어난 투구를 선보이고도 ‘괴력’을 내뿜은 ‘쿠바 괴물’ 야시엘 푸이그(23)에 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MLB’ 애틀랜타전에 선발 등판, 7.2이닝 6피안타(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시즌 7승엔 실패했다.
112개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를 75개나 넣을 정도로 제구도 완벽했다. 직구 최고구속도 95마일(153km)에 달하는 등 우려했던 부상 여파는 전혀 없었다. 평균자책점도 종전 2.89에서 2.72까지 떨어뜨렸다. ‘동부지구 1위’ 애틀랜타의 홈런 타선을 막아낸 성적이라 더 놀랍다.
데뷔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달성한 류현진은 이날 경기까지 홈에서 총 6경기에 등판, 4승(1패)을 수확했다. 42이닝 던지며 피안타는 29개(홈런3)와 9실점(7자책)을 기록했다. 홈 경기 평균자책점은 1.50(원정 4.10).
하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게재된 기사에는 “류현진의 호투가 전날 젝 그레인키처럼 푸이그에 가렸다”고 평가했다.
커쇼에 이어 다저스 2선발로 활약하고 있는 그레인키는 전날 애틀랜타와 4연전 첫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1-0 박빙의 리드 상황에서 터진 푸이그 만루홈런은 앞선 모든 상황을 덮어버렸다. 그레인키의 지능적인 호투보다 푸이그의 데뷔 첫 만루홈런이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류현진 역시 이날 역투를 펼쳤지만 6회 터진 푸이그의 동점 솔로 홈런에 더 눈길이 쏠렸다. 현지에서도 “푸이그 홈런이 짜릿한 끝내기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저스는 5회까지 병살타 3개로 무득점에 그치며 애틀랜타에 0-1로 끌려 다녔다. 4회 1점을 내준 류현진은 애틀랜타 타선을 봉쇄하며 버텼다. 그러나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선 탓에 잘 던지고도 패전 위기에 몰렸다.
이때 류현진을 구한 것은 푸이그였다. 1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푸이그는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홈의 실투성 커브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파워와 스킬, 집중력이 동반된 라인 드라이브 홈런이었다. 1-1 동점을 만드는 시즌 4호 홈런으로 류현진도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다.
8회 2사 2루에서 고의 4구까지 얻어낸 푸이그는 메이저리그 데뷔 5경기에서 무려 홈런 4개와 10타점을 올리는 괴력을 뽐내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책의 한 부분을 장식했다”고 극찬한 MLB.com은 물론 ESPN, AP 통신 등 푸이그 폭발에 휘둥그레졌다. 빅리그 데뷔 후 5경기 만에 10타점을 올린 선수는 MLB 역사상 단 2명이었다.
지난해 5월 쿠바를 탈출한 뒤 6월 다저스와 7년 4200만달러(약 474억원)라는 거액에 장기 계약한 푸이그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5툴 플레이어’로서의 진가도 발휘했다. 특히, 메이저리그로 승격된 이후에는 찬스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침체된 다저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루키다운 패기로 축 처진 더그아웃 분위기도 끌어올리고 있다.
류현진은 푸이그에 대해 "다저스 투수 입장에서 이런 선수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연속 더그아웃에서 푸이그와 홈런 세리머니를 펼쳤다. MLB.com 평가대로 푸이그 활약에 한 경기 가렸을지 모르지만 푸이그가 일으킨 시너지효과를 타고 다저스가 정점에 달했을 때, 그 중심에는 자신이 있을 것이란 확신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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