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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묘수 ‘김신욱 카드’…노림수 적중


입력 2013.06.11 23:38 수정 2013.06.12 11:15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기자

김신욱 겨냥한 크로스에 이은 이근호-손흥민-이청용 공격 지원

고공 플레이에 우즈벡 포백 수비 부담, 이란전서도 활용 가능

우즈벡전의 김신욱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 연합뉴스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첫 번째 임무는 바로 득점이다. 그런 면에서 김신욱은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신욱의 원래 임무는 따로 있었다. 자신의 장신을 이용해 머리로 공을 따낸 뒤 동료 공격수들에게 떨궈주는 것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1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에서 상대 자책골로 1-0으로 이긴 가운데 김신욱이 '숨은 영웅'이 됐다.

팬들은 김신욱의 시원한 헤딩골을 기대했겠지만 최강희 감독이 원한 것은 따로 있었다. 물론 김신욱이 헤딩골로 우즈벡의 골문을 열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그보다는 이근호와 손흥민, 이청용의 공격 활로를 뚫어주는 것이었다.

김신욱을 활용한 고공 플레이를 선택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우즈벡의 미드필드진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대표팀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된 가운데 김남일까지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해 대표팀이 선택할 수 있는 미드필더 카드는 박종우와 이명주 밖에 없었다. 이근호, 이청용도 미드필더이긴 하지만 좀 더 공격 쪽에 무게가 쏠리기 때문에 허리를 든든하게 지켜줄 미드필더는 이들밖에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로 인해 최강희 감독은 선이 굵은 축구를 택했다. 어떻게 보면 울산 현대의 '철퇴 축구'와도 흡사하다. 지난 시즌의 울산의 철퇴 축구는 김신욱의 고공 공격 외에도 머리로 이근호와 김승용에게 떨거줘 제대로 된 한방 공격을 노리는 것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바로 대표팀에 이를 이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웬만한 대표팀의 크로스 패스는 김신욱이 따냈다. 김신욱이 고공 플레이에서 위력을 보이자 우즈벡 수비수들이 붙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결과로 포백 수비진이 김신욱의 장신에 부담을 느껴 뒷걸음질 쳤다. 이러면서 포백 수비와 허리의 공간이 넓어졌다. 전반에 우즈벡이 허리의 우세를 전혀 살리지 못한 이유다. 반대로 얘기하면 예상됐던 미드필드의 열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즈벡 수비진들이 계속 김신욱의 장신을 의식하면서 자물쇠가 헐거워졌다. 전반 42분 김영권의 왼발 크로스에 이은 자책골 역시 포백 수비들이 허물어졌기 때문이고 원인을 찾아보면 김신욱에 대한 수비 부담이 이유였다.

이날 경기에서 김신욱은 경고를 한 장 받아 최종예선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았지만 경고가 누적되지 않아 오는 18일 이란전에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 3차 예선 경고를 물려받은 김신욱이 카타르와 1차전에서 경고를 받아 이 때 이미 경고 누적이 되어 레바논과 2차전 홈경기에 결장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동국의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승리라는 결과가 중요한 최종예선 경기에서 김신욱이라는 카드는 매우 매력적이 됐다. 김신욱의 장신 포스트 플레이가 이란전에서도 다시 한 번 발휘될지 기대를 모은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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