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축구, 피해자 코스프레 ‘부메랑 효과 간과?’
연일 얼토당토 않은 강경발언으로 한국 자극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행 한국에 오히려 동기부여
이란 축구의 ‘피해자 코스튬 플레이’가 도를 넘은 분위기다.
연일 한국대표팀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이란 언론은 18일 울산서 열리는 한국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한국 측의 손님맞이가 시큰둥하다”고 서운함의 메시지를 던졌다.
며칠 전 이란 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까지 나서 “한국이 이란에 왔을 땐 ‘최상의 대접’을 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푸대접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이란을 모욕했다. 이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월드컵 본선에 가고 싶다는 최강희 감독에게 우즈베크 유니폼을 선물하고 싶다”는 유치한 발언까지 뱉었다.
이란 언론은 한 술 더 떴다. “사태가 과열되자 양국 축구협회 직원이 모인 자리서 한국이 꼬리를 내렸다. 조만간 이란 국민에게 사과할 것”이라는 ‘헛소문’까지 퍼뜨렸다.
적반하장 태도에 이란전을 앞둔 한국도 좌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중계를 맡았던 SBS 배성재 캐스터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 최고의 시설을 제공했다는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 이란 원정 갔던 대표팀, 미디어 관계자들은 그냥 웃지요. 저와 차범근 해설위원은 호메이니 사진과 같은 높이에서 중계했습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FIFA 주관 A매치에서 있을 수 없는 중계방송 테러였다"며 "이틀에 걸쳐 송출 테스트를 마친 SBS 중계석을 경기 전날 밤 느닷없이 스타디움 지붕으로 올려버린 것도 모자라 마이크 선까지 잡아당겼다"고 회상했다.
태극전사도 이란의 지나친 텃세에 치를 떨었다. 한 선수는 “논두렁 훈련장에서 연습했다. ‘길치’ 버스 기사는 선수단을 태우고 몇 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했다”며 “홈에서 깔끔한 경기력으로 되갚아주겠다. 이란의 객관적인 전력은 강하지 않다”고 복수혈전을 다짐했다.
이처럼 “한국에 푸대접 받았다.”, “이란을 미워하고 우즈베크를 편애한다”는 이란 측의 하소연은 얼토당토않다.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이란전 ‘승리’가 절실하다. 무승부만 해도 브라질월드컵에 나가지만 최강희호는 필승을 선언했다. 최종예선을 끝으로 사령탑서 물러나는 최강희 감독 또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한다.
이란은 한국전 핑계거리를 찾기 전에 스스로 거울을 꺼내봐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선제골을 넣으면 드러눕는 침대전술을 펼쳤다.
이란의 테이무리안은 “과거 1996년 아시안컵서 한국을 6-2로 꺾었다”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은 과거의 이란이 아니다. 양 팀 선수단에 당시 멤버가 한 명도 없다. 이란은 1990년대만 해도 ‘공포의 페르시아 후예’로 불렸다. 알리 다에이-마다비키아-아지지-바게리로 이뤄진 4각 편대의 공격력이 매서웠다.
특히, 알리 다에이-아지지 투톱은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비록 1승2패로 예선탈락 했지만 구 유고슬라비아, 독일, 미국을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미국과의 축구전쟁서는 2-1 승리, 서아시아 성전으로 자리매김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란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34세의 네쿠남을 비롯해 테이무리안, 쇼자에이 삼총사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왔다. 기술이 뛰어나지만 기복이 심하다. 특히, 원정에선 힘을 잃는다. 경기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스치기만 해도 엄살을 피우며 시간 끄는 심리전을 펼쳐왔다.
근거 없는 자신감 속에 허풍도 심했다. 지난해 11월 이란 홈 테헤란서 열린 우즈베크와의 예선서 이란은 우즈베크에 “지옥을 경험해주겠다”고 말했지만, 우즈베크의 1-0 승리로 끝났다. 결승골을 넣은 바캬야프에게 테헤란은 지옥이 아닌 천국이었다.
이란은 최종예선 7경기 7득점, 경기당 1골에 그치고 있다. 빈곤한 무색무취 공격력, 세대교체 실패 징후 뚜렷함, 원정서 약한 징크스도 안고 있다. A조 1,2위 한국과 이란은 나란히 월드컵 본선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홈에서 비기기만 해도 본선진출이 확정되는 한국에 비해 이란은 한국에 패하면 월드컵 본선진출이 불투명해진다.
승점2 차이로 턱밑에 있는 조 3위 우즈벡은 같은 날 홈에서 월드컵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와 최종전을 치른다. 전력상 우즈베크 승리가 유력하다. 이란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탈락이 두려운 이란 축구의 심리적 압박의 발로이자 비기기만 해도 올라가는 한국을 자극해 동기부여 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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