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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치욕, 대롱대롱 이란에 ‘진짜 지옥’ 본때


입력 2013.06.18 14:44 수정 2013.06.18 23:1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원정팀들 무덤 테헤란서 당한 치욕 승리로 갚아야

실망 안겼던 최강희호 유종의 미 거두고 털어낼 기회

손흥민은 지난 13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네쿠남으로 하여금 피눈물을 흘리게 하겠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최강희호가 위업 달성과는 또 별개로 앙숙에게 통쾌한 설욕을 벼르고 있다.

한국은 18일 오후 9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서 이란을 상대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조 선두인 한국(승점14)은 2위 이란(승점13)과 비기기만 해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자력 확정짓는다.

이란 역시 무승부를 이뤄도 8년 만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은 승리만을 외치고 있다. 최강희호의 유일한 패배였던 지난해 10월의 테헤란 원정에서 당한 수모를 반드시 갚겠다는 의지다.

한국과 이란은 아시아 축구사에서 오래된 앙숙이다. 아시안컵·월드컵 예선 등 중요한 길목에서 자주 맞닥뜨렸고, 때로는 크나큰 상처를 주고받았다. 1996년 이후 아시안컵 8강전에서만 5회 연속 마주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은 한국축구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당시 한국은 이란에 2-6 참패를 당했다. 이란 축구팬들이 지금도 한국축구를 비아냥거릴 때 자주 언급하는 게임이다. 2004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도 난타전 끝에 3-4로 패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번번이 이란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복수에 성공했다. 2007년과 2011년 아시안컵에서 연이어 연장접전 끝에 이란을 무너뜨렸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이란을 조 3위로 밀어내며 탈락의 고배를 안겼다.

4년의 시간이 흘러 또다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은 조 1위로 월드컵 본선진출을 거의 확정지은 상황. 이란은 조 2위지만 최종전에서 한국에 패하면 또다시 탈락할 수도 있는 절박한 입장이다. 최종전에서 한국의 홈에서 열린다는 것도 4년 전과 흡사하다.

한국은 최종전에서 비기거나 심지어는 패하더라도 본선진출이 가능한 절대 유리한 상황이지만, 상대가 이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랜 악연에서 누적된 앙금과 아시아의 맹주라는 축구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테헤란 원정에서의 온갖 텃세와 비매너 플레이로 골탕을 먹였던 이란에 통쾌한 승리로 수모를 되갚겠다는 각오가 비장하기까지 하다.

손흥민은 지난 13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네쿠남으로 하여금 피눈물을 흘리게 하겠다”고 도발하기도. 손흥민은 “지난 원정 경기에서 네쿠남이 내 뒷다리를 자주 걷어찼다. 볼이 반대에 있거나 심판이 보지 않는 곳에서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며 복수혈전을 다짐했다.

이란은 한국뿐 아니라 원정팀이 안방을 찾을 때마다 도를 넘어선 텃세로 빈축을 샀다. 한국만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로 비자발급을 늦춰 선수단 입국을 지연시키는가하면,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한 경기장을 연습장소라고 제공하고는 모른척하며 골탕을 먹였다.

심지어는 방송중계팀과 취재진에게도 사전 약속을 깨고 정상적인 취재와 중계를 방해하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저질렀다. 경기장에서 만원 관중들이 인신공격과 욕설을 남발하고, 선수들의 눈을 향해 레이저를 쏘아대는 일도 다반사였다. 홈 어드밴티지의 수준을 넘어선 만행이었다. 심지어 감독마저 한국 선수들에게 폭언을 일삼았다.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최근 최강희 감독과 한국대표팀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폭언을 일삼으며 도발했다. "이란은 한국을 푸대접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며 "모욕을 준 한국 감독은 이란 국민에게 사과해야한다"는 적반하장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한국축구를 우습게 알지 않고서는 감히 저지를 수 없는 추태다.

일부에서는 이란이 비신사적으로 나왔다고 한국이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득세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이상론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지 않으면 상대는 그에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습게 볼뿐이다. 이란전이 열릴 울산이 테헤란보다 더한 '원정팀의 지옥'이라는 것을 통쾌한 승리로 이란에 분명히 각인시키는 것, 최강희호가 국민들에게 안긴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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