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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도 역부족’ 썰렁·쓸쓸 출정식


입력 2013.06.19 17:22 수정 2013.06.20 06:3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어이없는 이란전 패배..골득실 앞선 조2위로 턱걸이

차갑게 등돌린 관중..인기 걸그룹 시크릿도 호응 없어

최강희 감독은 이날 패배는 전적으로 감독의 잘못이라며 선수들을 감싸 안았다. ⓒ 연합뉴스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지상과제는 완수했다.

냉정히 말하면 그 외는 모두 최악이었다. 퇴행하는 경기력, 하나가 되지 못한 선수들, 불안정한 공수밸런스는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심지어 안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했던 이란전 패배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전에서 이란에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4승2무2패(승점14)가 된 한국은 조 1위를 이란(승점16)에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5-1 리드, 자칫 조 3위로 밀려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우즈베크의 추가골이 터지지 않아 한국은 골득실 차이로 간신히 브라질행 티켓을 받았다. 본선티켓은 손에 넣었지만 한국 축구가 원했던 그림은 이게 아니었다.

최강희호는 고별전이었던 이란전에서도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처음부터 무승부를 노리고 수비에 치중한 이란을 상대로 한국은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많은 찬스를 잡았지만 골문을 향한 유효슈팅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결국, 찬스를 살리지 못한 최강희호는 수비진에서 센터백 김영권의 결정적인 실책 하나로 이란에 뼈아픈 선제 결승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경기 전부터 논란이 됐던 이란의 몰상식한 행태는 이날도 계속됐다. 선제골을 넣자마자 노골적으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지연하는 ‘침대축구’가 또 등장했다.

이란의 승리로 끝난 뒤에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이란 선수들이 한국 벤치 쪽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비신사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몇몇 이란 선수들은 한국 관중들을 향해 이란 국기를 흔들고 혀를 내밀며 도발하기도 했다. 무기력한 패배에 할 말을 잃은 한국 선수들은 안방에서 이란의 세리머니를 힘없이 지켜봐야만했다.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뒤 그라운드에서는 월드컵 출정식이 열렸다. 하지만 분위기는 썰렁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한국축구를 빛낸 레전드들이 총출동했지만 겸연쩍은 표정이 역력했다. 최강희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 역시 시종일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지난 2001년 개장 이래 최초(유료)로 4만3000석을 꽉 채운 팬들과 서포터스들은 대부분 출정식과 축하공연을 끝까지 보지 않고 떠났다. 인기 걸그룹 시크릿 등 아이돌 가수들이 나와 8회 연속 본선행 축하 공연을 펼쳤지만 이미 흥은 깨진 뒤였다.

최강희 감독은 "이날 패배는 전적으로 감독의 잘못"이라며 선수들을 감싸 안았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감독 지휘봉도 내려놓는다. 1년 6개월이라는 대장정 동안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표팀 지휘봉을 맡아 마음고생을 했던 최강희 감독은 좀 더 명예롭게 박수 받으며 대표팀을 떠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란전 참패로 유종의 미를 기약했던 최강희 감독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원하던 목표를 이루고도 당당한 승장의 뒷모습이 아닌 초라한 패장으로 떠나는 최강희 감독의 뒷모습이 유독 쓸쓸해 보이는 밤이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어 브라질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최강희 감독의 사의를 수용,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이 포함된 후보 4명을 확정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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