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파장’ 0.328 류현진 vs 0.224 구로다
구로다와 비슷한 투구 내용 보이고도 패전
노 아웃 또는 첫 타자 상대 피안타 높아
작은 차이가 희비를 갈랐다.
‘다저스 몬스터’ 류현진(26)이 시즌 3패째를 떠안으며 아쉽게 7승 달성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20일(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반면, 일본인 선발 구로다 히로키는 6.2이닝 8피안타 2실점했지만 타선 지원에 힘입어 6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다.
이날 두 투수는 매우 유사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27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땅볼과 뜬공을 각각 12개와 3개 유도했고, 똑같이 27명을 마주한 구로다 역시 각각 8개와 3개를 기록했다. 투구수 역시 류현진이 111개, 구로다는 107개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구로다는 승리투수, 류현진의 패전의 멍에를 썼다. 사실 다저스의 아쉬운 수비와 주심의 모호한 볼 판정을 감안하면 류현진이 오히려 나은 투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둘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류현진과 구로다는 이닝별 선두 타자를 허용하는 횟수가 잦았다. 류현진은 6이닝 중 세 차례, 구로다도 7회까지 네 번이나 선두 타자를 내보냈다.
사실 류현진은 중심 타선이 아니거나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체력 관리를 위해 힘을 빼고 던지는, 완급 조절 피칭을 한다. 한화에서 뛸 당시의 습관이 남아 있는 것으로, 주자가 나간 뒤 비로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렇다 보니 첫 타자 출루를 자주 허용하는 편이다.
실제로 올 시즌 류현진은 노 아웃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328에 달한다. 상대 1번 타자에게도 피안타율은 0.359로 무척 높은 편이다. 시즌 피안타율이 0.239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또한 올 시즌 7개의 피홈런 중 가장 많은 3개가 무사 상황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구로다는 어떨까. 첫 타자 출루를 꺼리는 일본 프로야구 출신답게 구로다 역시 이닝의 시작을 잘 대처했다. 무사 상황과 1번 타자를 상대로 한 피안타율은 각각 0.224와 0.158로 시즌 피안타율(0.229)보다 낮다.
선발 투수가 매 이닝 모든 타자들을 상대로 전력 투구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주자가 없을 때 너무 많은 안타를 맞거나 아웃카운트를 잡더라도 필요 이상의 공을 던지고 있다.
이날 경기서도 류현진은 6이닝 중 절반인 세 차례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물론 구로다도 7이닝 중 4번이나 내보낼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구로다는 보다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이닝별 첫 타자 상대로 29개(이닝당 4.1개)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를 20개나 꽂아 넣은 반면, 류현진은 20개(이닝당 4.5개) 투구 중 13개만이 스트라이크였다.
류현진은 득점권 피안타율이 0.203에 불과할 정도로 위기 시 특급 피칭을 펼치고 있다. 투 아웃 이후 피안타율도 0.165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다. 하지만 벌써 3경기 째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5회가 넘어가면 투구 수가 100개에 육박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승수 쌓기를 위해 습관을 바꿔볼 필요가 있는 류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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