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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참사’ 극복, 국회 인사청문회 존중이 답이다


입력 2017.11.26 08:44 수정 2017.11.26 11:5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셀프 면죄부 '고위 공직자 차단 7대 비리' 발표

정부 인사 검증 담당 기관 보다 국회 검증 기능이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꽃다발을 건네며 밝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꽃다발을 건네며 밝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주 청와대는 뒤늦게 “고위공직 원천차단 '7대 비리'”를 발표했다. 기존 5대원칙(불법적인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에 ‘2대 원칙’을 추가해 7가지로 늘려 발표한 것이다. ‘性범죄’와 ‘음주운전’이 추가된 내용이다.

첫 인사에서 스스로 제시한 ‘5대 원칙’이 무력화되고 이로 인해 ‘인사참사’라는 비판까지 듣게 되자 현 정부가 결국 기준을 손질해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도 말이 많다. 강화된 것은 사실 없었다. 정부인사에서 문제가 됐던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목적으로 비춰진다. 추가된 두 가지 사유는 과거 정부에서 당연히 배제됐던 것들이다. 청문회과정에서 애초에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상식적인 내용이고, 이번 인사에서 주된 논란의 대상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발표를 생뚱맞다고 느낀 이유이다. 야당은 “청와대 스스로 ‘인사참사’에 면죄부를 주는 발표”라고 비판하고, 일부는 ‘눈 가리고 아웅’식 내용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어이가 없어, 정색하고 비판하기도 좀 ‘거시기’한 정도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정권운용에서 ‘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정권을 만들고 무사히 퇴임해서, 고(故) 노무현 전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며 웃음으로 보고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할 지경이다. 그러나 ‘성공한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심정으로 꼭 다시 되새겨 봐야한다.

대한민국 역대정권은 예외없이 불행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인사를 못해서’다. 사람을 잘못 써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의 지적 재산권이 있다 해도 관연이 아닌 김영삼 전대통령도 잘못된 인사로 말미암아 불행해졌고, 국가를 외환위기에 휘청거리게 했다. 결국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의 원인을 제공했다. 스스로 망하지 않고는 힘든 결과였다.

박근혜 전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인사가 문제였다. 주위에 사람이 없었고, 있는 사람도 믿지 못했다. 군림하는데 익숙했고, 운용에는 미숙했다. 결국 스스로 망했고, 정권을 정적에 헌납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의 문제는 당대에 끝나지 않았다. 그 폐해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보수에 희망까지도 박탈했다. 권력자가 ‘인사’를 못하면, 가족, 친지가 과도한 권력을 휘두르고 사익을 챙긴다. 그들의 욕망에 뿌리박고 독버섯처럼 내시들이 발호한다.

최고 권력자는 ‘인사’로서 정책을 편다. 그것으로 국민에 책임을 지고 평가를 받는다. 인사를 잘하면 국정이 안정되고 사회가 알아서 돌아간다. 못하면 혼란해지고 종국에는 정권이 불행한 최후를 맞는다. 정권 뿐 아니라 나라가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인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국민눈높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인사시스템의 법정신을 준수하는 것이 답이다. '국민눈높이'는 구체적인 것이다.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국가가 처한 상황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맞는 적재적소 인사가 필요하다. 교조적으로 특정기준(경직된 도덕성 등)을 강조해 국정책임자가 인재난을 스스로 자초해서는 안 된다. 책임있는 인사정책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을 만드는 정치력이 필수다. 그것이 없다면 어떤 인사정책도 사상누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정당의 공천신청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복잡해지고 분량이 많아진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서류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스스로 기재하는 내용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체크리스트 문항은 추가된다. 십여년 전 만 해도 몇 개 안되던 것이 최근 몇 번의 인사와 공천과정을 통해 수백개로 늘어났다. 그렇다고 공천자와 고위공직자들의 자질이 향상됐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인재난이 가속화될 정도로 악화일로(惡化一路)에 있다.

그 수많은 문항은 능력있는 인재가 공직을 외면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정작 사기꾼들은 교묘히 문항을 빠져나가 승승장구한다. 인사검증책임자들은 그 문항을 늘리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인사시스템 개선을 방기하고 게으름을 핀다. 모든 책임을 당사자에게 떠넘기고 인사책임자는 면책하는 핑계를 찾을 뿐이다.

고위공직자에겐 법적 잣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범법을 말하자면 사정, 사법기관에서 걸러내면 된다. 국정을 위해서는 그 이상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사정책은 그런 고차원적인 변별력을 요구한다.

정부인사 담당기관 보다 국회의 검증기능이 중요하다. ‘범법’을 넘는 국정능력 확인과 ‘국민눈높이’를 구현하는 검증은 국회의 몫이다. 국회기능을 존중하고 무서워해야 인사담당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위의 눈치만 보고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가 무기력한 인사정책의 근본원인이다. 나아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민주주의 자체를 타락시키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인사참사’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회검증을 무시하며 스스로 기준을 구체화해 발표하는 것은 진정성있는 태도가 아니다. 그래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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