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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서지혜 "'흑기사'로 한계 부딪혀, 인생 배웠죠"


입력 2018.02.19 08:35 수정 2018.02.20 09:06        부수정 기자

악녀 샤론 역 맡아 '인생 캐릭터' 호평

"'예쁘다'는 말 언제 들어도 좋아"

배우 서지혜는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에 대해 "내 안의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전했다.ⓒHB엔터테인먼트 배우 서지혜는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에 대해 "내 안의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전했다.ⓒHB엔터테인먼트

악녀 샤론 역 맡아 '인생 캐릭터' 호평
"'예쁘다'는 말 언제 들어도 좋아"


최근 종영한 KBS2 수목극 '흑기사'의 최대 수혜자는 배우 서지혜(33)다.

그는 200살 먹은 악녀 샤론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녀로 소화해 호평을 얻었다. 초반 호평을 얻었던 드라마가 산으론 간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서지혜의 재발견은 큰 수확이다. 서지혜는 주인공 해라(신세경)보다 더 큰 존재감을 뽐내며 데뷔 12년 만에 '포텐'(잠재력)을 터뜨렸다. 미모 역시 정점을 찍었다.

13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서지혜는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고 싶었다"며 "샤론은 원래부터 죽는 운명이라 결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질투에 휩싸인 마녀 같은 샤론은 주인공 해라를 위협하는 존재이지만, 캐릭터가 매력이 넘치면서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허당'기 다분한 코믹함도 장착해 단순한 악녀를 넘어섰다.

서지혜는 "샤론이 200년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고민했다"면서 "이 설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큰 숙제였다"고 토로했다. "극 초반엔 무표정에 알 수 없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어요. 근데 처음에는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긴 시간 동안 한 남자만을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특히 요즘 시대엔 더 그렇죠. 샤론에게 수호는 첫사랑이라고 정의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죠. 어떨 땐 샤론이 불쌍하기도 했어요. 사랑할 줄도 모르고,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는 친구거든요. "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에 출연한 서지혜는 "샤론이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고 털어놨다.ⓒHB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에 출연한 서지혜는 "샤론이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고 털어놨다.ⓒHB엔터테인먼트

샤론은 악녀이지만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는 그는 "무서운 느낌보다는 블랙 코미디같이 표현하려고 했다"며 "과장하게 표현하면 무게감 있는 캐릭터가 무너질 수도 있어서,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부분을 조금씩 넣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샤론을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어요. 이 친구의 아픔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샤론을 연기하면서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란 걸 느꼈죠. '운명이란 게 과연 있을까'란 생각도요."

'흑기사'는 후반부로 살수록 전생부터 이어져 온 샤론의 광기 어린 집착과 악행은 현생에서도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배우는 "과해 보일 수도 있다"면서 "해라와 수호는 긴 세월 동안 죽기 살기를 반복했을 거다. 그러다 샤론과 만난 건데 그동안 묵힌 감정이 폭발한 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초능력 설정에 대해선 "어색했는데 재밌었다"며 "'이런 연기를 또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노파 분장도 했는데, '흑기사'를 찍으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한꺼번에 4~5편을 찍은 느낌이 든다. 한 드라마에서 여러 장르를 접할 수 있어서 색달랐다"고 설명했다.

서지혜의 미모와 우아한 패션도 화제가 됐다. 그는 "디자이너 역할이라 시선을 압도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착용했다"며 "조명 감독님 덕분에 여배우들이 예쁘게 나왔다"고 미소 지었다. "'예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아요. 30대 중반이 되니 더 많이 듣고 싶어요. 언제까지 '예쁘다'는 말을 들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웃음)."

해라 역을 맡은 신세경과 싸움 신을 소화한 그는 "아무 준비하지 않았다가 머리채를 잡는 장면을 선보였는데 서로 예쁘게 싸웠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에 출연한 서지혜는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전했다.ⓒHB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에 출연한 서지혜는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전했다.ⓒHB엔터테인먼트

김래원과는 '펀치'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수호로 분한 김래원은 샤론에게 눈길 한번 안 준다. 서지혜는 촬영할 때마다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너무 철벽을 치더라고요. 이런 철벽 방어는 처음입니다. 호호. 유혹하면 흔들리기라고 해야 하는데...래원 오빠랑은 두 번째 호흡이라 편하게 연기했습니다."

2003년 SBS '올인' 단역으로 데뷔한 서지혜는 SBS '형수님은 열아홉'(2004), KBS2 '그녀가 돌아왔다'(2005) 이후 MBC '신돈'(2005) '오버 더 레인보우'(2006), '춘자네 경사났네'(2008), '김수로'(2010), '펀치'(2014), '그래, 그런 거야'(2016) 등에 출연했다. 그러다 '질투의 화신'(2016) 속 홍혜원으로 분해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청순하고 참한 역할만 할 때와는 다른 당돌한 매력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이번 샤론 역도 그렇다.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에 대해선 "잘 봐주셔서 기분이 좋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부담스럽다"며 "또 다른 모습을 선보여야 한다는 숙제를 넘어야 한다"고 고백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요. 호평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어요. 작품 할 때마다 얻어 가요.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면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돼요. '흑기사'를 통해선 한 남자를 미치도록 사랑해본 적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는 또 "남자친구가 없고, 연애를 안 한 지 오래돼서 연애하고 싶다"며 "불 같은 사랑보다는, 마음 편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을 훌쩍 넘었다. 데뷔 초 때는 패기와 열정으로 연기했다면, 이젠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20대 중후반에 쉬었는데, 당시 연기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슬럼프였는데 1~2년 동안 학교에 다니고 일상을 보냈죠. 연기 아닌 다른 일을 해볼까 했는데 막막했어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고 다짐했고, 서서히 욕심을 내기 시작했답니다."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에 출연한 서지혜는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HB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에 출연한 서지혜는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HB엔터테인먼트

서지혜는 연기력 논란 없이 꾸준히, 차근차근 올라왔다. 그는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인물이 된다"며 "상대 배역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묻자 "예전엔 자신 없는 작품은 안 했는데 이젠 도전정신이 생겼다"며 "'흑기사' 역시 독특하고 어려울 것 같았는데,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했다. "지적이고, 도시적인 모습을 벗어나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죠. '흑기사'는 체력적으로도 힘든 작품이자, 인간의 한계에 부딪힌 작품이었습니다. 예전엔 힘들면 앙탈을 부리기도 하고, 놓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 잘 참아낼 수 있어요. '흑기사'를 통해 한 뼘 성장했어요.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됐고."

데뷔 초에 주로 착하고 밝은 역할을 한 그는 "최근 한 작품 속 캐릭터와 나와 더 잘 맞는다"며 "난 귀엽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했다.

다가가기 힘들 것 같은 그는 "실제로 밝고 털털한 편"이라며 "작품 속 이미지와 정반대다. 집에서 뜨개질·십자수 것 같은 이미지인데 전혀 할 줄 모른다"고 웃었다.

30대 중반 여배우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터. 타협하고, 스스로 내려놔야 할 때가 온다. 예쁜 캐릭터도 포기해야 할 나이다. "이제는 내려놓기 시작했죠. 예쁜 역할보다는 연기로 보여주려고요. 연기 잘하는 게 배우의 일이잖아요. 차근차근 준비하려고요."

올해 계획은 '열일'이다. 작품 하나를 더 하고 싶단다. 인간 서지혜로는 여행과 취미 활동을 통해 여유 있게 사는 것이다. 배우는 "삶을 즐기고 싶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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