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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추월’ 막장 드라마…걱정 앞서는 3부 시작


입력 2018.02.21 11:58 수정 2018.02.21 10:4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팀 추월 경기서 노선영 내버려둔 채 레이스

막장 치닫는 폭로전, 이날 오후 다시 경기 나서

팀 추월 레이스에서 분열을 일으킨 여자 대표팀.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팀 추월 레이스에서 분열을 일으킨 여자 대표팀.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막장도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없다. 스포츠 정신의 감동이 넘쳐흘러야 할 올림픽 무대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호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김보름-박지우-노선영으로 구성된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준준결승 경기서 3분03초76에 골인하며 7위에 그쳐 탈락했다.

당시 두 바퀴를 남겨둔 시점에 김보름과 박지우가 치고 나갔고, 맨 뒤에 있던 노선영이 처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팀추월 경기는 맨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의 기록으로 성적을 매기기 때문에 앞선 두 선수의 기록은 의미가 없다. 팀플레이가 가장 중요시되는 종목에서 서로를 밀고 이끌어주는, 필수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이들의 불편해 보이는 관계는 레이스 후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함께 앉은 반면, 노선영은 멀찌감치 떨어져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인터뷰가 진행된다.

김보름은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노선영)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 선두(김보름-박지우)의 랩타임은 계속 14초대였다”라고 밝혔다. 노선영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것부터 마치 자기 일이 아닌 것 마냥 말하는 뉘앙스였다.

김보름은 이어 “경기를 마치고 코치 선생님도 박지우와 내가 붙어서 들어왔을 때 2분59초대라 알려줬다”면서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는데 팀추월은 마지막 선수가 찍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즉, 자신과 박지우는 제 역할을 다했는데 노선영이 따라와 주지 못했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이었다.

이후 이 장면을 본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요청이 게재됐고, 순식간에 몇 십만 명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인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 연합뉴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인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 연합뉴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한빙상연맹은 이튿날 긴급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김보름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며 “뒷 선수 챙기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 제일 크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백철기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노선영이 가장 뒤에서 달리는 작전은 노선영 본인이 직접 제안한 것”이라며 “(감독이기 때문에)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노선영은 감기 몸살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대로 끝날 것 같았던 ‘팀 추월 막장 드라마’는 노선영이 다시 입을 열며 재개된다. 노선영은 기자회견 직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서 “(자리 배치는) 경기 당일 워밍업 때 물으셨고 처음 듣는 얘기라 답했다”며 “서로 훈련 장소가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노선영 주장대로라면 백 감독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에 백 감독은 다시 인터뷰에 나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거짓말 하겠나. 나 혼자 들은 게 아니다”라며 확전이 되는 것을 경계하며 더 이상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더욱 의아한 부분은 감기 몸살 때문에 기자회견에 불참한 노선영이 이날 오후 외출을 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와 팔짱을 낀 채 선수촌에 들어온 이는 함께 레이스를 뛴 박지우였다. 적어도 두 선수간의 불화는 없다고 판단되는 장면이다. 이후 노선영은 기자 회견이 열리기 직전 문자 메시지로 백 감독에게 불참 의사를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선수는 다시 한 번 레이스를 함께 뛰어야 한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선수는 다시 한 번 레이스를 함께 뛰어야 한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막장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은 채 3부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팀추월 7~8위 결정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노선영은 이 경기를 뛰겠다는 입장이고 결국 이들 세 선수가 다시 한 번 나란히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이번에는 누가 또 눈물을 흘리고, 좌절하고, 사죄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경기를 나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근대 올림픽의 장을 연 쿠베르텡 전 위원장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가 아닌 참가에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이라고 규정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시선은 실종됐고 연이은 폭로전은 이기적인 모습으로까지 비쳐진다. 과연 이들에게 올림픽 정신이란 무엇인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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