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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한 ‘쇼타임’ 이제 그만…‘실질적 비핵화’ 성과 내야


입력 2018.09.17 05:00 수정 2018.09.23 08:07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방북단 ‘당·정·청’ 망라…‘공갈빵’ 허장성세

남북관계에서 역풍은 ‘국제제제’고 줄은 ‘야당의 견제’

<칼럼> 이번 방북단 ‘당·정·청’ 망라…‘공갈빵’ 허장성세
남북관계에서 역풍은 ‘국제제제’고 줄은 ‘야당의 견제’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이번 주 문재인 정부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방북을 통한 정상회담을 하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소위 ‘진보진영’출신 대통령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전임 두 대통령때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은 ‘비핵화’라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가지고 간다는 점 때문에 더 무겁게 느껴진다.

16일(일요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발표한 <방북단>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정치권에서는 ‘당·정·청’이 망라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위시해 정의용 안보실장과 여러 명의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정부에서도 서훈 국정원장과 다수의 장관들이 수행한다. 정당에서는 여당대표를 포함 3당 대표가 대통령과 동행한다. 경제계도 경제단체장들 뿐 아니라 4대 기업의 총수급이 함께 간다. 지방자치단체장, 학계, 문화예술체육계, 종교계, 노동계, 시민사회대표 등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심지어 17세 중학생까지 방북단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홍길동이 율도국을 세울 때도 침을 흘릴 만 한 구성이다.

누가 물었다. “정부의 대규모 방북단 구성이 ‘자신감의 표현’ 아니겠냐”는 질문이었다.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싶었다. ‘공갈빵’이라고 있다. 중국 다롄의 빵요리로 안이 비어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럴듯한 외양을 보고 구입한 후, 먹고는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앙꼬없는 찐방’, ‘곰없는 곰탕’, ‘가래없는 가래떡’도 유사한 비유다. 내용에 자신이 없으면 표현이나 외모에서 허장성세를 하게 마련이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 방북단이 딱 그런 모습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단순하다. 대통령과 정부에서 천명했듯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다. 한반도 평화는 ‘비핵화’를 통해 가능하니 유일한 목표와 성과는 ‘비핵화’인 셈이다. 이는 김정은의 결단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경협과 문화교류를 명분으로 지금시점에서 그렇게 대규모 방북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비핵화’가 가시화되면 자연스럽게 풀릴 일들이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할 의향이 없다면 모두 헛수고다.

나름 의미부여는 할 수 있다. 김정은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북한 내 정치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 주민에게 본인들의 지도자(김정은)를 알현 온 대규모 사절단을 보여줌으로써, 국내의 정치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다. 그렇게라도 해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김정은의 행태와 우리정부의 대응을 보면 미덥지가 않다는 것이다. 십중팔구 이용만 당하고 또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경우’가 생길 것 같다.

판문점에서의 첫 번째 정상회담이후 우리 국민들의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졌다. 독재자 이미지를 벗고, 중국의 시진핑, 일본의 아베보다 호감도가 높아졌다. 김여정과 이설주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정부와 언론보도가 새로운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진솔하고, 통 크고, 너그럽고, 귀엽고... 겉으로 보이는 긍정적 모습만 부각시켜 좋은 이미지를 국민 뇌리에 심어주었다.

김정은을 만난 연예인이 ‘영광이다’라고 할 정도로, 실제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매혹됐다.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복수의 심리학>이란 책에서 저자 스티븐 파인먼은 말한다.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마오쩌둥, 후세인, 카다피 등 악명높은 독재자들은 실재 만났을 때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증언이 많다. 히틀러의 비서는 히틀러가 ‘상대를 띄워주는 다정한 말투’를 갖았다고 회상했고, 후세인은 훈훈한 유머감각으로 유명했고, 스탈린은 ‘참을 수 없게 정감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인먼은 그들에 대해 ‘사이코패스’로서 이중성을 지적했다.

김정은도 그런 부류다. 직접 대하면 당연히 매력적일 것이다.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히틀러처럼 존재감이 없는 학생이었단다. 그러나. 기회가 오면서 본성이 깨어났을 것이다. 거침없고 통 큰 면모도 있었고, 주변사람들에게 때때로 너그럽지만, 숙부를 고사포로 처형하고 형을 독극물로 암살할 정도로 과감하고 죄책감이 없었다. 그의 사이코패스적 특징은 아버지 김정일에게 ‘위기의 북한’을 구할 수 있는 좋은 자질로 느껴졌을 것이다. 북한이 상황이 조금만 더 좋았어도 김정은에게 기회가 오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정부와 언론은 사이코패스 독재자의 한쪽 면(긍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줬다. 본질을 감추는 어리석고 무모한 취사선택이다. 심지어 한국의 대통령이 김정은의 선의를 선전하고 보증서는 역할을 자임했다. ‘메소드연기’가 아니면 자기기만이다.

이제 그들의 홈그라운드에서 쇼가 펼쳐진다. 우리는 대규모 출연진을 동원해 ‘김정은쇼’를 도울 것이다. 마침 북한 정부수립 기념일인 ‘9·9절’ 직후니 타이밍도 좋다. 북한주민에게 대규모 사절단과 ‘탁현민표’ 쇼는 김정은과 북한정부 수립을 축하는 행사로 비춰질 것이다. 그래도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만 있으면 양해해 줄 수 있다. ‘비핵화조치가 없는 쇼’가 된다면,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할 수는 있겠지만 남한에서 문재인 정부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또 공동선언이 나올 것이고 국회비준 갈등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임하는 각오를 보이며 한 말이다. “남북 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동선언이 아니라 남북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입니다.” 공동선언의 레토릭(수사)이 아니라 ‘내실있는 발전’을 강조한 것이다.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을 믿는다. 그래서 불안하다. 단순하고 솔직한 문 대통령이 교활하고 이중적인 카운터 파트에게 또 당할까봐 걱정이다. 문대통령이 원하는 내실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제발 이번에는 또 이용당해 비난을 받고 새로운 위기를 자초하지 않기를 바란다.

연(鳶)이 날려면 ‘맞바람’과 ‘연줄’이 필요하다. 이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연은 날지 못하고 땅에 처박히게 된다. 남북관계에서 역풍은 ‘국제제제’고 줄은 ‘야당의 견제’다. 정부는 이를 잘 활용해 김정은을 견인해 비핵화를 이루고 남북관계를 잘 풀어주길 바란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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