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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樓閣下砂”...‘공동지갑’·‘다스는 누구 것?’·‘묵시적 청탁’


입력 2018.10.08 08:17 수정 2018.10.08 08:28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사정기관과 사법부, 역사의 발전방향 거슬러 가

민주주의 사회 모욕하는 법적용…철지난 교조주의에서 벋어나야 가능

<김우석의 이인삼각> 사정기관과 사법부, 역사의 발전방향 거슬러 가
민주주의 사회 모욕하는 법적용…철지난 교조주의에서 벋어나야 가능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보수정권이 몰락했으나, 뒷불정리는 끝나지 않았다. 정치적 책임은 이미 졌으나, 법적 책임은 아직 남아있다. 검찰은 충성경쟁에 ‘사정의 칼’을 사정없이 휘두르고, 법원은 또 다른 적폐청산 드라이브의 대상이 될까 전전긍긍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5일 ‘심판의 날’이라 할 정도로 많은 판결이 쏟아져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의 1심 선고공판이 있었고, 박근혜정부 청와대 핵심참모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화이트리스트’ 재판 1심 판결이 있었다. 또 박근혜정부 ‘국정농단사건’과 관련, 뇌물죄를 구속됐던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의 2심 선고공판이 있었다. 모두 대표적인 ‘적폐청산’ 재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성립시키기 위해 검찰은 ‘공동지갑론’을 고안해 냈다. 최순실이 받은 돈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중간고리 개념이었다. ‘뇌물죄’는 어떤 다른 죄목보다도 형량이 높고 도덕적으로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정적에게 이 죄가 적용될 수만 있다면 확실한 ‘응징효과’를 거둘 수 있다. 원한에 사무친 정적이라면 집착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객관적인 사실만으로 보면, 최순실은 ‘세상물정 모르는’ 박 전 대통령을 속여 사익을 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상물정 모른 죄’와 ‘믿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한 죄’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증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그러니, 최순실과 ‘한 지갑’을 썼다는 전제위에 ‘대통령도 권력을 이용해 불법적 사익을 취했다’고 가정해야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 생소하고 생뚱맞은 용어에 법조인들은 어리둥절했지만, 거세게 불타오른 성난 여론과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정권의 도움으로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다.

MB에 대한 뇌물죄 입증을 위해, ‘다스의 실소유자가 MB’라는 전제가 필요했다. 다스를 통해 얻은 이익이 MB에 귀속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MB측은 다스의 ‘주식 한 주’ 가지지 않았고 배당을 받은 바도 없다고 주장하며, 법적으로 다스가 MB의 소유라는 사실을 입증할 물증이 없다고 주장했다.(물론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다) 그러자 검찰은 MB 측근들의 증언을 유도해 증거로 삼았다. 개인적인 약점이 잡히거나, MB에게 원망을 가지고 있던 측근들은 검찰의 의도에 따라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다스를 비롯한 많은 ‘가족기업’은 구체적인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는 소유관계가 명확해 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니 재벌가에서 ‘왕자의 난’ 등 가족 간에 그 많은 소송전이 있는 것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다스가 MB의 소유라면 그 많은 벌금과 추징금을 다스 지분매각을 통해 추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법적으로 다스는 MB의 소유가 아닌 것이다. 검찰의 주장은 물론이고, 법원도 자기모순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어차피 앞으로도 MB와 그 가족은 다스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주식을 전혀 갖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주식을 갖을 수 없다. ‘다스는 본인들 것이 아니라’고 그러게 많이 전 국민에게 주장했는데, 돌연 자기회사라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주장한다면 또 다시 사법적 판단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다스는 누구 것?”이라는 질문은 그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다음은 기업(오너와 경영진들)에 대한 뇌물죄 입증을 위한 법적 전제다. 받은 사람에게 뇌물인데, 준 사람에겐 뇌물이 아니라면 이율배반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또 하나의 해괴한 개념 ‘묵시적 청탁’이 고안됐다. 일반적으로나 상식적으로는 수긍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는 가당치 않은 신상품이다. 역사 속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을 연상시킨다. 궁예에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그는 미륵이 준 ‘마음을 읽는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일 수 없다. 그러니 독재인 것이고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사회가 지속가능한 것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법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사회의 법은 사회 속 행위에 대해 심판한다. 행위는 증거를 통해서만 입증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법원에서 ‘증거재판주의’를 재판의 원칙으로 두는 것이다. 행위의 배경이나 의도는 도덕적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법적 심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마녀사냥’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정기관과 사법부는 역사의 발전방향을 거슬러 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를 모욕하는 법적용을 하고 있다. 아직 시작이긴 하지만, 첫 단추를 저렇게 잘못 끼워서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알 수 가 없다. 또 다시 반복될 ‘적폐청산’을 통해서나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행히, 법원은 신동빈 회장에 대해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필자는 롯데나 신 회장 편을 들 이유나 생각은 전혀 없다. 국가경제적 파급효과만 봐서 다행이란 말이다) 검찰은 ‘재벌을 위한 형사법은 없다’고 했지만, 사마귀의 만용(당랑거철 螳螂拒轍)으로 보인다. 법원은 자기모순적인 판결로 잘못된 전제를 바로잡으려 하는 것 같다. 법원의 난처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리라. 민생이나 정세로 보면 풀어 줘야겠지만, 서슬퍼런 정권의 적폐청산드라이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약간의 트릭’으로 절충점을 삼은 것이리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 SK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준공식에 가서, ‘지속적인 투자를 응원’한다며 ‘민간기업이 일자리창출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동안 견지했던 ‘정부주도 일자리창출 전략’을 수정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라면, 서비스업이 반도체공장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롯데는 서비스업이 주력이다. 그런 롯데의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약 88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약 20% 줄어 들어든 액수다. 또한 매년 1만2000명 수준을 유지하던 공채는 올해는 2300명 정도만 뽑아 약 80% 줄었다. 기업의 리더십 공백에 기인한 처참한 성적표다. 문 대통령의 기조변화 발언과 신 회장의 집행유예판결의 상관성을 짐작하는 것이 무리일까?

그러나, 편법과 트릭만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성과를 만들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잘못 끼운 첫단추를 빼서 바로 끼워야 한다. 그래야 결국 모양도 살고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기조와 무리한 부동산 정책을 보완한다며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다. 지속가능하지 않고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면, 먼저 전제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전제는 ‘교조주의’에서 벋어날 때 바로세울 수 있다. 지금 집권세력이 철지난 교조주의에서 벋어날 때 가능한 변화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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