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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설 커질라'...김현종의 '3문장 사과문'


입력 2019.09.19 04:00 수정 2019.09.19 06:06        이충재 기자

트위터에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던 것 같다"

대상도 진성성도 없는 문구…"'잘못된 사과문' 정석 보여줘" 지적

트위터에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던 것 같다"
대상도 진성성도 없는 문구…"'잘못된 사과문' 정석 보여줘" 지적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8월 27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논의를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8월 27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논의를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지만, 내용도 사과문으로는 참 잘못됐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18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갈등설과 관련해 '사과문'을 올린 것에 대해 이같이 촌평했다.

김 차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세 문장짜리 글을 올렸다. 일파만파 커지는 '외교‧안보라인 불화설'을 진화하기 위해 올린 글이지만, 그 내용을 두고 오히려 불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트위터 캡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트위터 캡처

대상도 진정성도 없는 사과문…"안 하느니만 못해"

특히 불화설의 당사자이자 언쟁을 벌인 강 장관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패싱'논란에 휩싸인 외교부 안팎에선 "이런 내용이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실제 김 차장은 무엇이 잘못된 점이고, 대상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외교안보라인 간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다"고만 설명했다.

사과문의 금기(禁忌) 표현인 '본의 아니게',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과 일맥상통하는 "정책수립 의욕이 앞서다 보니"라고 했고,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는 유체이탈 화법까지 동원했다.

갈등설 진화하지 못한 김현종의 "It’s my style"

이번 논란은 강경화 장관이 올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수행할 당시 김현종 차장과 벌인 언쟁을 벌인 사실을 인정하면서 확산됐다. 당시 두 사람은 영어로 거친 설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이 직제상으로는 차관급으로 강 장관 아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난 바 있어 현재까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그만큼 강 장관과 맞서는 데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충돌은 그동안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교부와 청와대 사이에 쌓여온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외교부 내에선 청와대가 주요 외교안보 현안을 일방적으로 끌고 간다는 불만이 작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두고 "김 차장이 상급자와 설전을 벌인 것 자체가 문책감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청와대까지 나서서 "외교부와 안보실 간에 서로 충돌이나 갈등이 심하지 않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불화설은 외교안보라인 교체설로 확대되고 있다. 김 차장의 '사과문'이 쌓인 앙금을 가라앉힐지, 또 다른 촉매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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