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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 책략’으로 덤비는 북한


입력 2019.12.09 09:00 수정 2019.12.09 08:54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 협박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 협박…‘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 협박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 협박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 협박…‘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 협박


ⓒ연합뉴스 ⓒ연합뉴스

북한이 7일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쨌든 폐기했다고 하던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과 연관 연구시설 들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었다. 거기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ICBM 관련 기술이 시험됐고, 성공했다고 북측은 공공연히 밝힌 것이다.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 협박

‘중대한 시험’에 앞서(뉴욕 현지시간으로 7일) 북한의 김성 유엔 주재 대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금 미국과 긴사설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으며,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빠졌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향후 미국과의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 측의 새로운 태도가 아니다. 작년 6월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부터 정해진 그들의 확고한 원칙이었다. 북한의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내놓은 담화에서도 이 사실은 입증되고 있다. 그는 “미국이 말끝마다 비핵화 협상에 대해 운운하고 있는데 조선반도 핵문제의 근원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되기 전에는 그에 대해 논의할 여지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기조를 바꾸기 전에는 비핵화를 “꿈도 꾸지 말라”고 을러댔었다.

싱가포르 회담은 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라고 해서 세계적 뉴스가 되었다. 한국 정부는 그것이 ‘한반도 운전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노련한 운전솜씨가 거둔 성과였다고 해서 흥분했다. 그런데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말해주는 바가 그것이다. 4개항의 성명에서 ‘비핵화’는 3번째 자리에 겨우 비집고 들 수 있었다.

그 표현도 상황 및 사태의 본질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 ‘북한 비핵화’는 이때도 이미 협상테이블에서 빠져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의 운전자’ 문 대통령은 그 이후 오래 동안 북한 비핵화 문제, 미‧북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선 미‧북 양측에 의해 찬밥신세를 못 면했다. 특히 북한으로부터는 제발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지 말라는 지청구와 조롱을 들어야 했다. 김성은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라는 건 ‘시간을 벌려는 속임수(time-saving trick)’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지만 기실은 북한의 시간벌기에 트럼프가 이용당했고, 문 대통령이 거든 셈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청와대는 침묵

청와대는 북한의 동창리 ‘중대 시험’에 대해 말이 없다. 관련 기사가 전하는 청와대의 반응은 ‘상황 예의 주시’가 고작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열리지 않았고 소집도 되지 않았다. 8일 낮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현안점검회의를 거쳐 우리 측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적어도 이날에는 그런 게 없었다.

나온다고 해도 ‘예의 주시’를 넘어서는 표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 전날 있었던 문‧트럼프 통화 내용을 재탕하는 정도가 아닐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밝힌 통화내용은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오늘 오전 30분 동안 한반도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겨우 트럼프의 관심권 안에 들기는 했지만 ‘심도 있게 협의’했다는 이상의 내용은 못 만들어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로서는 김정은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접었겠지만 내년 대선 때까지는 김정은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 않을까. 이 점에서라면 문 대통령의 조력이 필요하다. ‘운전자’를 하든, ‘중재자’를 하든, ‘촉진자’를 하든 김정은이 날뛰지 못하게 진정시키는 역할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고….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그 부하들의 오만방자한 말투, 거침없는 무력시위에 대해서는 한없는 인내심을 발휘한다. 상대의 오만한 자존망대에 오히려 친애과시로 대응한다. 상대가 싫다는데도 식량지원, 인도적 지원 카드를 계속 내민다. 물론 대가를 따지지 않는 일방적 지원이다. ‘신한반도 체제’라느니 ‘평화경제’라느니 하는 현실성 없는 구상을 내놨다가 비난과 조소를 받으면서도 서운해 하는 법이 없다. 그야말로 ‘무한애정’이다. 그러면서도 국내의 정치적 반대자, 반대세력에 대해서는 차갑기가 얼음장 같다. 어느 쪽이 인간 문재인의 본모습인가.

벽돌 갈아 거울 만들려는 건가

지난 2006년 9월 8일 핀란드에서 타리야 할로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그해 7월에 있었던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그 미사일은 미국까지 가기에는 너무 초라한 것이고, 한국을 향해 쏘기에는 너무 큰 것이다.” 문 대통령의 생각도 같을까? 북한이 개발한 핵탄두가 미국을 겨냥하기엔 너무 초라하고 한국에 사용하기는 너무 큰 것이라는 인식을 혹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런 장면은 어떨지 모르겠다.

회양(懷讓) 선사에게 마조(馬祖)가 찾아왔다. 회양 선사가 물었다.
“좌선을 무엇 하러 하는가?”
“성불하려고 합니다.”
마조가 이렇게 대답하자 선사는 아무 말도 않고 벽돌 하나를 집어서 바위에 갈기 시작했다.
“스님, 그 벽돌을 왜 갈고 계십니까?”
“응, 이걸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
마조가 웃으면서 말했다.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있습니까?”
회양이 대답했다.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좌선만 해서는 성불할 수도 없지.” (선문선답, 조오현)

북한은 대선준비를 본격화해야 할 트럼프에 대해 ‘최후통첩식 협박전술’을 구사하기로 한 것 같은데, 한국의 친북정권은 어떻게 대응할까? 온 신경이 그리로 쏠리지만, 일개 필부로서야 뭘 어쩌겠는가. 지켜볼 수밖에.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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