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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매운동? 코로나?’…정부 "뭣 때문에" 핑계가 얄미운 자영업자들


입력 2020.02.17 07:00 수정 2020.02.17 05:54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이미 체력 방전

외부 상황에 책임 돌리는 정부…자영업자들 “하소연 할 곳 없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새해부터 불어 닥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2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늘어난 반면 주 52시간 근무제와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는 감소한 가운데 전염병에 대한 공포까지 겹치면서 탈출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달 초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도소매업, 외식업, 개인서비스업 등 소상공인의 98%가 이번 사태로 매출 감소를 경험했고 이중 매출액이 절반 이상 줄어든 곳도 44%에 달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통‧외식업계는 물론 여행‧관광산업까지 전 산업에 걸쳐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이미 2년간 30%가 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연명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려왔다.


지난해는 일본 불매운동과 미중 무역 갈등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경기부진의 원인이 됐다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고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는 정부의 좋은 핑계거리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많이 들린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부추긴 것은 8할이 정부였지, 불매운동과 전염병이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인건비와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자영업자들을 주저앉히는 카운터펀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성장률 관련 정부의 입장이 언급될 때마다 얄밉다는 자영업자들의 반응도 나온다. 뚜렷한 대책 없이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때만 되면 전통시장을 찾아 위로를 건네는 정부와 정치권 인사에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출이자 지원 등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자 지원방안도 연명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줄 뿐 근본적안 대안은 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취재하면서 만난 외식업계 한 자영업자는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서 창업한 것을 후회한다. 회사에 있으면 노조가 무서워서라도 잘리지는 않지 않겠냐”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는 150조원, 종사자 수는 140만명에 달한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사업 형식의 자영업자들까지 더하면 시장 및 일자리 규모는 더 커진다.


일자리 확대를 주요 현안으로 삼고 있는 정부가 기존에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현 상황에 대한 인정 없이 외부 상황에 책임만 돌리는 정부에 자영업자들의 기대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어디 하소연 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에 정부는 언제쯤 귀를 기울일 것인가.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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