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유럽 이어 북미·남미 공장 잇따라 가동 중단
양대 시장 소비 부진으로 인한 수요 침체 우려도 커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자업계가 생산 차질과 함께 주요 시장 수요 침체로 인한 판매 타격의 이중고가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의 해외 생산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이 중단되면서 제품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소비 부진으로 인한 수요 침체로 인한 판매 부진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미국·멕시코)를 비롯, 유럽(러시아·폴란드)·아시아(인도)·남미(브라질) 등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해외 생산 공장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각 생산시설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정기간 동안 가동 중단이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국내를 비롯,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공장 등 일부만 정상 가동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였던 중국의 경우, 앞서 2월 공장 가동이 중단됐지만 현재는 정상 가동되고 있다.
◆ 글로벌 생산기지 가동 중단 반복...시장 공략 차질 우려
코로나19가 미국으로 본격 확산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 시장 공략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미 시장 생산 전초기지인 미국과 멕시코 등에 위치한 공장들이 반복적으로 가동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멕시코 티후아나 TV공장을 일시 가동 중단한다. 회사 측은 주 정부 권고와 임직원의 안전·건강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티후아나 공장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가까워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도 멕시코 내 TV 공장 2개를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북미 수출용 TV를 만드는 레이노사 TV공장은 8일부터 13일까지(부활절 휴일 포함) 셧다운(일시중단) 조치한 뒤 14일부터 본격 가동한다. 멕시코 내수용 TV를 만드는 멕시칼리 공장은 13일부터 24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미국 내 공장도 일시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은 지난 8일 재가동됐으나 코로나 확산세로 오는 19일까지 가동이 다시 중단된 상태다. 또 테네시주 클락스빌 LG전자 세탁기 공장도 당초 12일까지였던 중단 조치를 14일까지로 이틀 연장해 15일부터나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유렵에서도 생산 라인 가동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전자 폴란드 브롱키 가전 공장은 오는 19일까지, LG전자 폴란드 브로츠와프 가전 공장은 24일까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또 러시아 칼루가 삼성전자 TV 공장과 루자 LG전자 가전·TV 공장도 현지 정부가 유급 휴무 기간을 이달 30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가동 중단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이 외에 LG전자 폴란드 므와바 공장도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고,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TV 공장과 헝가리 TV 일부 생산라인도 지난달 일주일간 가동을 멈추는 등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이제 남미로도 확대되고 있다. LG전자는 브라질 마나우스 TV 공장 가동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가동이 중단됐던 이 공장은 지난 6일 일시적으로 재가동됐다가 9일 다시 셧다운됐다. 현지 상황과 물동량을 고려한 조치로 오는 19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삼성전자는 브라질 캄피나스 스마트폰 공장과 마나우스 스마트폰·TV 공장이 12일까지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13일부터 재가동됐지만 현재 브라질에서 사회적 격리조치를 두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지방정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도에서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과 첸나이 가전 공장, LG전자 노이다와 푸네 가전 공장 등이 오는 14일까지 공장 가동을 멈췄지만 인도 정부가 국가 봉쇄령을 내달 3일까지 연장하면서 중단 기간이 추가로 길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공장의 일시 가동 중단이 반복되며 향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적기에 물량 공급이 차질이 빚으면서 판매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생산 차질 극복해도 소비 부진으로 인한 수요 침체 우려
전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장이 반복적으로 가동이 중단되서 빚어질 수 있는 생산차질보다도 글로벌 각국의 소비 부진으로 인한 수요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을 높여서 생산 부족분을 채운다고 해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낮으면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대로 재고로 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TV와 가전, 스마트폰 모두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생산 차질 영향이 3월 들어서 시작돼 1분기 실적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지만 2분기부터는 본격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 부진에 인한 수요 침체도 2분기에 확연히 나타날 것으로 보여 실적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속도에 따라 달렸지만 최소한 2분기 내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전, 스마트폰 업계가 2분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건 확실한 사실”이라며 “상반기 내 극복이 된다면 브이(V)자로 반등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아이(I)자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전자업계는 올 상반기는 일단 버티고 하반기 회복세를 최대한 기회로 활용해 반등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프리미엄 제품뿐만 아니라 중저가 제품으로 판매 범위를 확대해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는 방어 전략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TV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출하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데다 당초 호재로 기대됐던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수요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TV 세트 출하량을 전년 대비 9% 하락한 2억300만대로 추정했다. 1분기에 중국에서, 2분기 미국과 유럽에서 소비 공백이 확대되면서 출하량 감소율이 16~19%대이지만 3~4분기에는 0~2%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가전도 1분기에는 건조기·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 등 신 가전들의 활약에 힘입어 선방했지만 2분기부터는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실적 타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3분기 이후 회복을 노릴 전망이다.
스마트폰도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심리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2분기부터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스마트폰 마케팅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인 수요를 노려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올해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하반기 회복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마케팅이 병행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은 하락할 수 밖에 없어 질보다는 양적으로 회복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스마트폰이나 TV·가전 시장이 모두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병행될 수 밖에 없어 전자업체들의 수익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