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오신환, '국회 세종 이전', '무상급식' 놓고 설전
조은희, 나경원 집중 견제…"1대3 구도 아니냐" 불만도
'흥행 부진'은 옥의 티…"나경원·오세훈 맞대결은 다를 것"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후보들이 19일 열린 2차 토론에서 서울시정을 둘러싸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던 1차 토론에 비해 후보자 간 거센 열기가 느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은 서울백범기념관에서 '2차 맞수토론'을 개최했다. 오세훈·오신환 후보가 1부에서 맞붙었고 2부에서 조은희·나경원 후보가 맞대결을 펼쳤다.
오세훈·오신환 후보의 맞대결에서는 "'국회의사당 세종이전'과 '10년 전 무상급식'이 화두로 올랐다.
서울시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옮기는 데 찬성 의사를 내비쳤던 오세훈 후보를 향해 오시환 후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3권분립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을 서울에 두고 국회만 세종시로 가면 어떻게 견제와 감시를 할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후보의 공세에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민의 의사는 물어보고 시장으로서 입장을 정할 것이다"라며 "서울에 국회가 있으니 공무원들이 고비미다 서울에 와서 시간을 빼앗기니 그 효율성 측면에서 국회 이전 논의의 바탕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후보의 답변에 오신환 후보는 10년 전 무상급식 관련 시민 투표를 강행했던 오세훈 후보의 과거를 겨냥해 "시장이 자기 철학을 갖고 결정해야지 또다시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오세훈 후보는 "그게 아니라 숙의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나. 장단점을 물어보고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묻는 게 필요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10년 전 무상급식 찬반 시민 투표가 투표율 미달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사퇴로 귀결된 점은 계속해서 토론의 화두로 올랐다.
오신환 후보는 "오세훈 후보가 스스로 사퇴한 부분에 대해 단일화 과정, 당내 경선, 본선에서 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격할 수 있는 큰 무기인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당시 잘못된 복지를 시작하면 나라가 어려워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시장직 사퇴는) 오히려 훈장이라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예비경선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왜 저를 선택했을까. 제가 옳았다는 재신임이기도 하고 그 책임을 지고 다시 서울시를 그 반열에 올려놓으라는 채찍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나경원·조은희 두 여성 예비후보가 맞붙어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조은희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국면이 이어졌다.
조 후보는 나 후보의 '독하게 섬세하게' 캐치프레이즈를 겨냥해 "독하지만 섬세함이 부족하다"며 "나 후보가 각종 공약에 대해 잘 모르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섬세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가했다.
특히 조 후보는 오신환 후보의 '나경영' 발언을 상기시키며 "오신환 후보가 나 후보를 향해 '나경영'이라고 할 때 메타포라 생각했는데 나 후보의 공약의 재원을 보면 정말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가 될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의 날선 공세에 나 후보가 맞대응하며 감정이 격해지자 사회자가 중재에 나서기도 하는 등 토론 분위기가 한층 격화되기도 했다. 나 후보는 조 후보가 앞서 오세훈 후보와의 토론에 임했던 자세와 이날 자신과의 토론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편한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나 후보는 "오세훈 후보와 토론할 때와는 조 후보의 태도가 다르다. 확실히 1대3 구도가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본경선에 나선 4인의 후보 중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자신에 대해서만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한편 이날 토론으로 2회차가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토론의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감지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토론회의 실시간 시청자 수가 1000명 남짓에 그쳐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예능 프로그램 방식을 차용한 토론회 과정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도모하고 자당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지도부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평일 오후 2시에 토론회를 진행하다보니 범국민적 관심이 쏠리기엔 부족했던 점이 많다"면서도 "투톱 나경원·오세훈의 맞대결과 향후 제3지대 후보와의 최종 결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해결될 문제"라고 내다봤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통화에서 "특별히 긴장감이 없었기에 주목도 면에서 부진했다"면서도 "선두권 후보인 나경원과 오세훈이 맞붙는 23일 토론에는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