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오세훈 '적극 지원'에 야권 안팎서 호평
'단일화 실패' 우려 말끔 해소…보선 후 野 개편 청신호?
"국민의힘 지지층과 사전 교감 확보, 安에 동력이 될 것"
'원외' 安, 해결 과제도 분명…김종인과 관계도 변수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한 이후 야권 안팎의 호평을 받을 정도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지원 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5일 이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합동 유세에 나섰던 안 대표는 29일에는 홀로 유세에 나섰다. 오세훈 후보가 이날 밤 열리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토론을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12시 40분 경 여의도 증권가 부근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오세훈 후보를 잘 부탁드린다", "기호 2번을 찍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오늘 오세훈 후보가 토론이 있는 관계로 유세가 없는 날이다"며 "그래서 공백이 있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렇게 다른 분들과 함께 나왔다"고 설명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안 대표의 행보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 대표가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단일화 경선을 패배한 이후 소극적인 지원으로 일관해 '실패한 단일화'로 귀결됐던 사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우려는 이미 말끔히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에서 단일화 그 자체보다 노심초사했던 부분이 과연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느냐의 여부였는데, 안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 단순한 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고마움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화끈한 지원'은 정권교체에 대한 진정성과 더불어 재보궐선거 이후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되는 야권 판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대통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일화 패배 이후 대선 잠룡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안 대표가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단일화 이전 안 대표 본인도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 선언했던 만큼, 제1야당과 당대당 차원의 '화학적 결합' 또한 이뤄내는 게 재보선 이후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당면과제라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안 대표가 오세훈 후보의 유세 지원뿐만 아니라 부산시장 선거의 박형준 후보 유세를 돕기 위해 내달 1일 부산을 찾기로 한 것도 4·7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전체적인 승리에 기여해 야권에서 자신의 지분권을 행사하기 위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이날 유세 연설 중 "(재보궐선거에서) 누가 후보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야권이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 약속을 드렸었다. 그래서 그 약속 지키러 온 것"이라며 "이 정부의 무능과 위선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꼭 2번 오세훈 후보를 찍어주셔서 반드시 이 정부 심판에 나서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야권의 승리'를 누차 강조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제1야당이라는 간판과 조직의 중요성을 안 대표가 단일화 여론조사 패배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끼지 않았겠는가"라며 "안 대표 본인 또한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공언한 상황에서 지지층과의 사전 교감 확보는 보궐 이후 행보에 상당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둔다 하더라도 안 대표의 앞길에 소위 '꽃길'만 깔려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먼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통합을 이루게 되면 정작 '원외' 신분인 안 대표가 통합 정당 내에서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평가다. 최고위원회의에서의 모두발언 및 당대표로서의 공식 행보로 받았던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도가 일순간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탓이다.
또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야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점도 과제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와의 공동 유세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내가 후보도 아닌데 같이 유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본인이 단일화를 외쳤고 단일화 됐으니까 우리 유세 현장에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안 대표와 다른 동선을 이용해 각각의 유세를 이어갔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4월 7일 이후 완전히 사라진다면 안 대표가 야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진다고 보여지지만 김 위원장이 당에서 역할을 계속하면 쉽게 자리잡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라며 "우선 안 대표 본인도 합당이나 입당을 밝혔으니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의원들의 마음을 사야된다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장 소장은 "무엇보다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언론에서 진정성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 마음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만약 지금의 행보가 본인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상당히 위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