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녹색채권·원화채권 발행 증가
ESG 우수기업 대출, 예·적금 상품 호응↑
은행권의 ‘ESG(사회적 책임·친환경·투명한 지배구조)’ 경영 행보가 올해도 거세다. 시중 은행들의 상반기 ESG 채권 발행액은 5조원을 돌파했으며, 친환경 금융상품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ESG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관련 금융상품으로 기업가치 제고 및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 상반기 ESG채권, 지난해 발행량 육박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이 6월 말까지 발행한 ESG채권 규모는 약 5조33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량(5조4204억원)을 육박하는 수준이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1조7800억원 안팎으로 가장 많은 ESG채권을 발행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ESG 경영 원칙을 제정하는 등 활동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외 국민은행이 1조5548억5000만원, 신한은행 9648억5000만원, 우리은행 9216억6500만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농협은행은 하반기 상당수준의 ESG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농협은 지난해 하반기 5억 달러(한화 약 5648억5000만원) 규모의 외화 ESG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은행권의 ESG 채권 발행은 코로나19로 취약계층에 따른 금융지원이 늘어나고, 친환경 사업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급증하며 흥행 가능성이 높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 활동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G 채권 발행 트렌드도 변화중이다.
지난해 사회적 채권과 지속가능 채권이 대부분이었다면, 올해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에서 녹색채권이 처음으로 발행됐다. ESG 채권은 ▲친환경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그린본드(녹색채권)’ ▲ 사회문제 해소 기여 목적의 ‘소셜본드(사회적채권)’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된 성격의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구분된다.
원화 ESG 채권 발행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국내 시중은행이 발행한 ESG채권 17건 중 10건이 외화채였다. 기존에는 해외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ESG 채권 수요가 늘어난 탓이었으나, 국내에서도 ESG 투자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상반기까지 올해 조달한 원화 ESG채권은 9000억원을 상회하며, 신한과 우리은행도 각각 4000억원과 3000억원의 원화 채권을 발행했다. 하나은행도 4350억원 규모의 첫 ESG원화채권을 내놓았다.
◆ “환경보호하면 우대 금리, 대출 혜택↑”
주요 은행은 다양한 ESG 금융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환경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 및 개인에게 우대 금리 혜택 등을 제공하고, 은행은 이를 통해 모은 판매금액 일부를 환경사업 기금으로 조성중이다. 친환경 상품은 일반 금융 상품보다 소비자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KB국민은행은 환경 관련 민간투자사업 분야,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선박·자동차 등에 대한 친환경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 사업’ 추진을 위해 총 1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KB그린웨이브 ESG 우수기업 대출’, ‘KB 그린웨이브 1.5℃ 금융상품 패키지’를 출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 외 ‘KB맑은바다적금’, ‘KB맑은바다공익신탁 상품’ 등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해당 상품은 5월 말 기준 잔액이 각각 2871억원, 178억원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신한 ESG 우수 상생지원 대출’을 출시했다. ESG 경영수준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연 0.2~0.3%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협력사도 이용할 수 있다. 출시 석달 반만에 3000억원이 취급됐다. 은행은 지난해 기준 총 14개 종류의 친환경 여신 상품을 운영중이며, 총 2267억원의 신규 실적을 달성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의 친환경 투자는 지난해 기준 6597억원 실행했다.
하나은행은 ‘ESG 평가인증제도’, '협약보증대출(기술보증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말 기준 ESG 여신 및 수신 잔액은 1조3억원, 1326억원이다. 또 1976억원 규모의 ESG 투자도 단행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5월 ESG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한도 및 금리를 우대하는 ‘우리 ESG 혁신기업대출’을 내놓았다. 친환경 관련 인증서 보유기업에 0.1%p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기타 1.0~1.5%p 우대를 적용한다.
NH농협은행은 올해 3월 ‘NH친환경기업우대론’을 출시했다. 같은달 내놓은 ‘HANARO 탄소효율그린 뉴딜 ETF'는 약 140억원이 판매됐다. ’NH농식품그린성장론‘은 출시 7개월만에 1조원판매를 눈앞을 두고 있다. 공익기금을 강조한 ’NH더하고 나눔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25조3140억원을 기록했다. 친환경 카드 상품 ‘올바른 OIL&PASS', '그린카드(BC)', '채움그린 체크카드’의 총 이용액은 9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산업 내외에서 기후환경 변화, 정보보호 등 환경·사회 위험성이 증대되며,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ESG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만큼 채권 발행을 포함한 금융상품 투자가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