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 감축 이어 해양폐기물 부품·소재 재활용 제시
개방형 협업으로 혁신 기술 개발…지배구조 개선 성과 기대
삼성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2’ 언팩(공개) 행사에서 친환경 부품·소재 적용 확대를 통해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고 개방형 협업을 통해 기술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삼성전자는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사용 후 버려지는 폐어망을 스마트기기에 사용 가능한 소재로 개발하는 것에 성공했다”며 갤럭시S22부터 이후 스마트폰 신제품들에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버려지는 폐어망에 의해 위협받는 해양과 해양 생물에 주목해 전문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수거한 폐어망으로 스마트폰에 적합한 고품질의 소재로 개발했다. 바다에 버려지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자원 소비를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행보 강화로 비즈니스 전반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이러한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를 우선 스마트폰 신제품에 적용하고 향후 태블릿PC·웨어러블기기 등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Mobile Experience) 사업부에서 담당하는 전 제품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패키지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바 있는데 이제 폐기물을 활용해 부품소재 개발에 나서면서 친환경 제품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S21 패키지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전체 중량의 약 4%에 불과해 패키지 1세트당 발생 폐기물을 갤럭시 S7과 비교해 49%, 종이 소모량은 58%나 줄여 연간 4만4800여 그루의 나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더해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까지 MX사업부 전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고 제품 패키지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제거할 계획이다.
이같은 친환경 행보는 회사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친환경 비전 ‘지구를 위한 갤럭시(Galaxy for the Planet)’에 따른 것으로 ESG 경영 강화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과거부터 친환경 소재 적용을 통한 탄소 감축 활동을 해 왔지만 비전 발표를 계기로 이러한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김형섭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연구소장(부사장)도 9일 국내 최대 반도체 장비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2’ 기조연설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축을 기업이 반드시 해야할 일로 꼽으며 반도체 기술 혁신이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 공정을 통해 반도체 소비 전력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많은 기술적 어려움 속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2020년에는 재생에너지 활용, 배출가스의 후처리, 설비 가동 효율화 등을 통해 무려 11억 그루의 소나무가 흡수해야 하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을 위한 사회적 협업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전 세계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개방형 협업(오픈 콜라보레이션·Open Collaboration)이 혁신 기술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이는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우리는 전 세계서 단순히 사업만 하는게 아니라 전 세계 22개 연구개발센터와 8개의 생산시설에 걸쳐 혁신을 추구한다”며 “이를 통해 모든 새로운 갤럭시 기술을 만들고 전세계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지배구조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시간이 필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이전보다는 좀 더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2기 체제가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는 삼성의 가장 큰 과제인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기때 다소 성과가 부족했던 지배구조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이미 1기때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외부 컨설팅 용역 등을 통해 어느정도 기틀을 다져 놓은 터라 향후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2기 위원회를 이끌게 된 이찬희 신임 준법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어 어떤 개선안으로 삼성에 권고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향후 삼성의 ESG 경영 강화 행보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에게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 등을 중심으로 한 준법·윤리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역할을 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ESG가 강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새 ESG 경영이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법·제도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삼성이 국내 최대 기업으로서 이러한 이슈에 대응력을 높여나가며 ESG 경영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