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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국정과제] 식품업계, 곡물 자급률 높아질까…“기대보단 우려”


입력 2022.05.04 13:28 수정 2022.05.04 13:49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정부, 밀 자급률 0.8→7% 높인다고 발표

수입 의존성 낮추기 위한 중장기 정책

기업 “자급률 보다는 세제혜택 현실적”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밀가루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새 정부가 내놓은 식량안보 정책을 놓고 식품업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과 콩 등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새롭게 제시하고 국내 생산을 높이는 등의 곡물 생산 다변화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4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재 0.8%에 불과한 밀 식량 자급률을 2027년 7%로 높이고 곡물 전용 비축 기지를 신규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식량안보 강화 계획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새 정부가 초기 국정과제로 채택한 식량안보 강화 정책 방향은 크게 밀·콩 기반의 식량 자급률 제고와 민간 자원을 활용한 민관 협력 모델로 요약된다. 소비량이 줄고 있는 쌀을 대신해 밀과 콩을 심도록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급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애그플레이션 위기를 부채질하면서 안정적인 곡물 물량 확보가 식량안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양곡 소비 비중은 커지는 데 반해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국내 생산 기반은 부족하다는 점에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현재 국내에서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20년 기준 57.7㎏으로 매년 줄고 있다. 하지만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식량 작물인 밀 자급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새 정부는 이 수치를 5년 내 7%로 끌어올리고 콩 역시 37.9%까지 자급률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정부는 국내 생산을 높일 경우 곡물구입 비중이 큰 CJ제일제당과 대상, 롯데푸드 등이 수급 안정과 더불어 영업이익 개선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CJ제일제당만 하더라도 연간 1조원 이상의 곡물을 수입해 올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국수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 식품업계, 회의적 반응…“자급률 높이는 게 능사는 아냐”


식품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풍부해 토질 자체가 밀 재배에 부적합한 데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토 역시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갖기 때문이다. 제분업계에서 사용되는 원맥의 대부분은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서 밀 자급률을 높인다고 해서 기업이 바로 바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공급량이 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격에 있어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정도도 되지 않을 것이다. 통일이 돼서 농지 면적이 크게 늘면 또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밀은 끝이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에서 생산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단 그것부터 환경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며 “콩 같은 경우에도 대두 1톤에서 대두유 200kg가 나올 정도다. 사업성을 갖추려면 어마어마한 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산 밀의 가격과 품질이 외국산과 비교해 월등히 낮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농가 입장에서는 같은 면적 단위당 소출량이 적고 가격 경쟁력이 낮은 밀을 쌀 대신 재배할 경제적 유인이 없는 셈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산 밀은 민간 자율 수매로, 무관세인 수입 밀보다 가격이 2.1~3.7배나 높다. 이 때문에 정부가 100% 수매나 비료비 지원, 계약재배 물량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생산 기반을 넓히더라도 매력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을 지 자체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쌀의 경우에는 정부가 공급 확대 또는 수요 부족으로 가격이 급락할 경우 농가의 생산기반 보호를 위해 정부가 특정 가격으로 남는 쌀을 수매해 보관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쌀 수매 조치는 양곡관리법에 규정돼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밀도 용도가 굉장히 다양하다. 빵과 면, 과자를 만드는 밀이 각각 다르다”면서 “보통 국산 밀은 탄성이 낮아 제빵용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베이커리의 경우에도 90% 수입에 10% 정도 우리밀을 섞어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 뒷받침 돼야


식품업계는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 보다는 혜택을 높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확대, 대체 곡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등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원재료매입자금 융자 금리 인하 등 정책자금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이번 식량안보 정책의 관건은 재정 투입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식량안보를 둘러싼 자국 우선주의 바람이 거센 가운데 새 정부가 정책적 대응 강도를 높일지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이 크게 없다”면서도 “쌀 생산을 밀과 콩으로 대체하는 작업에 착수하기 보다는 해외서 곡물을 수입할 때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원맥을 기업별로 각각 수매하는 형태기 때문에 바잉파워가 떨어지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주고 가지고 올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도움을 주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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