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70년만에 '남성 국왕' 즉위
'신은 여왕을 지키소서' 가사 변경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지폐·동전 '여왕 초상' 도안 바꿔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고 찰스 3세가 새 국왕으로 즉위함에 따라, 영국의 국가(國歌) 가사부터 지폐 도안까지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영국의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Queen)'는 제목이 바뀐다. 새 국왕 찰스 3세는 남성이기 때문에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로 바뀔 전망이다. 1952년 조지 6세 서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실제로 조지 6세 시절에는 국가가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로 불렸었고, BBC에서도 방송 종료시에 그러한 제목과 가사의 국가를 틀었었다.
단순히 '여왕(Queen)'만 '국왕(King)'으로 바꾸면 끝나는 상황도 아니다. 여성형 소유격 'her'을 남성형 'his'로 바꾸는 등의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영국 국가 1절 중의 '그녀에게 승리를 가져다달라(Send her victorious)'는 구절이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달라(Send him victorious)'로 바뀌는 식이다. 제창할 때는 알아서 새 가사로 부르면 되지만, 녹음된 것을 트는 경우에는 새 녹음 수요가 상당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이여, 여왕을 지켜주소서'는 영국의 국가일 뿐만 아니라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국과 동군연합을 이루고 있는 '영연방 왕국'들의 왕실송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 국가도 제목과 가사를 바꾼다. 캐나다는 독자적인 가사로 이뤄진 3절을 가지고 있는데 'True to herself and Thee(그녀와 신께 진실되게 하소서)'라는 구절이 'True to himself and Thee(그와 신께 진실되게 하소서)'로 바뀔 전망이다.
국가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 실생활에서 가장 와닿는 변화는 지폐 도안의 변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국 파운드화의 5·10·20·50파운드 등 모든 지폐 앞면에는 공통적으로 여왕의 초상이 담겨 있다. 1·2·5·10·20·50펜스와 1·2파운드 동전 앞면에서 모두 여왕의 초상이 들어간다. 이러한 지폐와 동전의 도안은 새 국왕 찰스 3세의 즉위에 따라 모두 변경될 전망이다.
화폐 도안 변경도 영국만의 일은 아니다. 캐나다 20달러 지폐와 모든 동전 앞면, 호주 5달러 지폐와 모든 동전 앞면, 뉴질랜드 20달러 지폐와 모든 동전 앞면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이 들어가 있다. 카리브해의 옛 영국령 도서국가 6개국과 영국령 도서 2개 지역이 함께 사용하는 동카리브 달러의 모든 지폐에도 여왕의 초상이 도안이다.
이렇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이 도안으로 들어간 화폐의 유통 규모는 800억 파운드(약 12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든 화폐가 새 국왕 찰스 3세의 초상 도안으로 교체되는데에는 수 년이 걸릴 전망이다.
영국은 군주제 국가인 만큼 공공관서부터 로열 메일(Royal Mail·왕립 우편)의 우체통까지 곳곳에 군주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지금은 'EIIR(Elizabeth II Regina)'이 쓰인다.
이 중 깃발과 같이 간단히 교체할 수 있는 문양은 빠르게 교체를 하되, 철제 우체통에 음각한 것처럼 교체가 쉽지 않은 부분은 그냥 계속해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우체통의 경우, 영국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조지 6세(재위 1936~1652)의 문양 'GVIR'이 새겨진 것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 있다. 심지어는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의 문양 'VR'이 새겨진 우체통도 여전히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