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숨 돌리긴 했지만 1년 후는 "아무도 몰라"
업계 "한국 기업 불확실성 빨리 해소돼야"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을 금지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둔 주요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1년 간 규제를 유예했다. 국내 업계는 '일단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 이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불안함도 나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정부와 논의한 끝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한 수출 규제를 1년간 예외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앞서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해 개별 심사 후 반도체 장비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국내 양사에는 유예 기간을 준 것이다.
이번 결정은 기존 건별 심사보다 한 단계 발전한 조치로 읽힌다. 별도의 심사 절차를 밟지 않고 공장에 필요한 장비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개별 심사 승인을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해 중국 공장에서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술이 사용된 모든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정부 허가 없이 중국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첨단 반도체는 물론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반도체,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관련 장비에 대한 수출도 규제하기로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건별 허가를 전제로 중국 공장 생산라인의 장비 반입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번에 여기에서 한단계 나아간 무심사 조치로 당장 국내 기업은 사업 지연 리스크에서 벗어난 셈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법안으로 인해 반도체 주요 동맹국인 한국이 함께 피해를 볼 상황에 처하자, 미국에서 배려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국내 기업들은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 하이닉스 역시 우시와 충칭, 다롄에 각각 공장을 보유 중이다.
SK하이닉스 측은 "향후 1년 간 허가 심사 없이 장비를 공급받게 돼 중국 내 생산 활동을 문제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 및 미국 상무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유예 기간이 끝난 이후다. 1년 후에도 지금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년 후 건별 심사로 전환되는지, 지금과 같은 무심사 허가를 연장할지 알 수 없다. 중국 내 생산 비중을 줄여야하는지 등과 관련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고 불확실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향후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생산 전략이나 기술 유출에 대한 위험도 따라올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여러 전략을 미국 정부에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하는데 미국 경쟁사에 이러한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수출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의 공정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 공장에 있는 설비를 개설하고자 할 때 미국이 제재하는 수준의 공정을 도입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규제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의 타겟이 사실상 중국이기에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 운영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미 간 양국 협의 채널을 통해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더욱 확실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