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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1등이지만'...깊어가는 삼성전자 고민


입력 2022.10.17 13:51 수정 2022.10.17 22:43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2분기 D램·낸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다만 반도체 업황 둘러싼 변수 많아져

3분기 매출 1위는 결국 TSMC가 차지

"장기 투자·파운드리 추격에 전력"

삼성 서초 사옥 전경.ⓒ데일리안DB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D램·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수성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여러 외부 변수들과 3분기 실적 악화가 기다리고 있어 향후 반도체 시장 선도를 둘러싼 삼성전자의 고민이 점차 깊어지는 모양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3.4%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상승세다.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 2위는 SK 하이닉스가 28.1%로 차지했고 뒤를 이어 마이크론이 23.6%로 3위에 올랐다.


낸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점유율은 지난 1분기 35.5%보다 소폭 하락한 33.3%로 집계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삼성전자의 1위 성적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악화되는 업황 흐름으로 인해 3분기 실적 악화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엔데믹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불황이 짙어지자 가전·IT 기기 완제품 수요가 줄었고 점차 부품 업계로 그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전방산업 수요 감소와 과잉 재고가 맞물리자 고객사들은 재고 조정에 들어갔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갈수록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과잉공급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각각 10~15%, 13~18% 가량 하락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에는 13~18%, 15~20%로 추가 하락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추락에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급으로 추락했다. 이달 초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76조원,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2.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73% 감소했고 지난 1분기와 비교할 때도 23.4% 줄었다. 삼성전자 영업익이 역성장한 건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잠정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 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 7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삼성이 반도체에서 6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직전분기보다 30% 넘게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실적 하락으로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지위는 현재 대만 TSMC에 넘어간 상태다. 앞서 14일 TSMC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5131억4200만 대만달러(한화 약 27조5178억원), 영업이익 3103억2400만 대만달러(한화 약 13조9273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TSMC의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TSMC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주력으로 영위하는 반도체 사업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TSMC는 파운드리가 주력이지만 삼성은 현재 업황 하향 국면을 걷고 있는 메모리 비중이 절대적이다.


4분기 역시 어두울 전망이다. 세계반도체시장기구(WST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26.2%에서 올해 13.9%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지난해 30.9%에서 올해 8.2%, 내년 0.6%로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도 많은 상황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1년 수출통제 유예 기간을 받았지만, 중국 현지에 공장을 계속 가동해야하는 삼성으로서는 큰 고민거리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기술 초격차'다. 끝없는 기술 개발과 장기적인 투자로 업계 선두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업황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감산 계획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미디어 브리핑에서 메모리 감산 계획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감산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계현 반도체 부문장 사장 역시 최근 "경기 사이클이 주기가 짧아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는 게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며 "시장의 업앤다운(up&down)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당장 내년부터 5세대 10나노급(nm·1nm는 10억분의 1m) D램 양산을 시작하고, 연내 세계 최고 용량의 8세대 V낸드 기반 제품 양산에 나선다. 2024년에는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경쟁사들의 200단 이상 V낸드 기술 공개에 대한 맞대응 전략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대만 TSMC를 추격하는데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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