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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후폭풍…정부 50조 수혈에도 건설업계 불안감 고조


입력 2022.10.25 05:26 수정 2022.10.25 05:26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금리인상·자잿값 급등에 부동산 PF 부실 우려↑

둔촌주공 사업비 조달 난항…시공단 자체자금 공사비 조달

금융당국 대규모 지원에도 중소·중견업체 타격 불가피

부동산시장 침체 분위기 속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부동산시장 침체 분위기 속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급하게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단기간 시장 불안이 해소되긴 힘들단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금융시장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 등을 방지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에 들어갔다.


50조원 이상 규모로 총 83개 금융기관과 연계한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16조원, 한국증권금융의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채안펀드는 여유재원 1조6000억원을 즉시 투입해 회사채와 CP를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처럼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데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강원도가 레고랜드에 약 2000억원의 지급보증을 섰으나 지난달께 이를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부동산 PF에 대한 대규모 부실 우려가 커졌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업계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시공사는 이 과정에서 지급보증이나 연대보증 등 시행사 보증을 서게 되는데, 지금처럼 업황이 불안정할 경우 시행사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져 건설사의 차환 리스크도 확대된다.


최근 6개월여 만에 공사재개에 들어간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은 사업비 조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뉴시스

최근 6개월여 만에 공사재개에 들어간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은 사업비 조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비 상환을 위해 발행한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 발행에 실패해서다.


조합은 오는 28일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의 사업비를 상환하기 위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보증을 받아 단기사채 일종인 ABSTB를 발행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비에 1250억원을 더해 총 8250억원의 ABCP 발행에 나섰으나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


시공단은 결국 자체자금으로 7000억원의 상환하기로 한 상태다. 분양수익을 거두기 전까지 건설사들의 자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미분양 물량도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채권시장까지 얼어붙으면 중소·중견업체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거란 관측이다. 둔촌주공과 같은 대규모 사업장도 자금난에 빠지면 앞서 몇 년간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선 중소규모 업체들의 유동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단 지적이다.


실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기업도 있다.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일 납부기한 내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지난달 말 1차 부도 처리됐다.


주택사업 중심으로 성장세를 나타내며 지난해 12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으나 원자잿값 급등 등 대내외 변수로 위기를 맞았다. 이달 말까지 유예기간이 남았으나 상환 능력이 부족해 사실상 최종 부도를 피하기 어렵단 전망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이달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47.8로 한 달 전보다 2.8포인트 떨어졌다. 앞으로 주택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업체의 비중이 더 높다는 의미다. 자금조달지수(40.2)도 한 달 전보다 12.5포인트 떨어졌다.


조강현 주산연 연구원은 "자재 수급 및 자금조달 악화로 주택건설 수주시장이 본격적인 하향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사업자들의 자금조달에 큰 부담이 됐다. 또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부동산 PF 대출 기피로 자금 유동성이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에 정부가 보증을 지원하겠다는 건 기존 부동산 PF 등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새로 판을 벌이려는 부동산 PF에 대해선 엄격한 기준을 들이댈 전망"이라며 "다만 개별 기업이 시장 예측이나 사업성 분석 실패로 어려움을 겪은 건 과거에도 반복된 일이고, 일부 취약기업의 사례를 건설업계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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