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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출입 막은 '가드'나 시신 옆에서 "술 더 먹으러 가자" 사람들, 처벌할 수 없다


입력 2022.11.02 05:11 수정 2022.11.02 05:11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인파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가게 들어가려고 하자 '가드'들이 막았다는 의혹 제기

착한 사마리아인법…'구조하지 않은 것', '구조 후 문제시 처벌하지 않는 것'

법조계 "법은 명확한 행위에 처벌해야…구조하는 것은 의무 아냐"

"우연히 교통사고 당했을 때 지나갔던 사람들을 어디까지 처벌해야 하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골목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태원에 참사'의 원인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가게를 지키는 이른바 '가드'들이 대피하려는 시민을 막은 의혹과 관련해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구조행위를 하는 것이 의무는 아닌 만큼 가드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이 사람들을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을 토대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 실제 SNS 등에서는 사고가 난 골목길에서 오르막에 있던 시민이 '밀어 밀어'라고 외쳤다는 증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또 경찰은 인파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골목 안에 있는 가게로 들어가려고 하자 가게 '가드'들이 출입을 막았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특히, 이들의 구조하지 않은 행위 자체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지가 논란이 되면서 위급한 상황에서 남을 구조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로는 '응급상황에서 사람을 구조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것'과 둘째 '응급처치를 했는데 처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입법이 몇 차례 논의됐으나 무산됐으며 프랑스나 폴란드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시행 중이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의외로 법조계 전문가들은 착한 사마리아인법의 도입에는 많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은 '명확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인데 구조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은 의무를 저버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이동찬 변호사는 "인간의 행동에는 선과 악이 있는데 남을 돕는 것은 선한 행위고, 돕지 않았다는 것은 중간에 있는 것"이라며 "형법은 명확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인데 만약 입법되면,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지나갔던 사람들을 어디까지 처벌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사람이 백 명 넘게 압사했는데 옆에서 '술 더 먹으러 가자'고 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논하는 것도 도덕의 영역"이라며 "사실 프랑스에서 이 법이 입법된 이유는 죽어간 아이들을 보고 낄낄거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처벌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은 어떤 형태로든 관련성이 인정되면 처벌되는 것인데 행인에게 의무를 부과하기는 어렵다"며 "우리나라의 사례로 보면, 가정의학과 의사가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잘못된 환자를 도왔는데 응급 처치가 잘못돼 환자가 죽은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가정의학과 의사의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사월 노윤호 변호사도 "물론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입법되면 시민들이 응급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구조 행위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법조계는 이번 참사에서 가드나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주변 사람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그 사람들이 죽음을 예견한 것도 아니고 경찰도 예상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예측하고 막을 수가 있겠느냐"며 "그렇게 따지면 경찰들이 예상해서 막았어야 하는 사고"라고 잘라 말했다.


정 변호사도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해보인다"며 "고의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방임은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책임의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가드들은 본인의 업무를 한 것"이라며 "무단으로 들어오거나 영업에 방해가 될까봐 막은 거지, 압사 사고가 날 걸 예상하고 막은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 수사는 뒤에서 밀라고 말한 사람들을 과실치사로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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