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조 규모 네옴시티 프로젝트…건설, ICT,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 협력 전망
사우디 왕세자 방한에 삼성·SK·현대차 등 총수 회동으로 추가 협력 끌어낼지 관심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이 성사될지 관심이다. 국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중인 5000억 달러(700조원) 규모의 스마트시티(네옴·NEOM) 건설을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네옴시티가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협력 대상은 건설, 엔지니어링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에너지, 수소, 로봇 등 다양한 기술을 총망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은 초대형 수주전을 앞두고 여러 비즈니스 협력 창구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오는 1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탈석유 경제와 더불어 ICT와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선도기술 투자를 기조로 하는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지난 9월엔 총리로 임명돼 정부 지도자로서의 입지가 더욱 커졌다.
그는 이번 방한을 통해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처 발굴과 관련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로,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인 더라인(The Line), 해안 산업단지 옥사곤(Oxagon),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TROJENA)로 나뉜다.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무실, 상점, 병원, 학교, 문화시설 등 주요 시설을 갖춘 미래형 도시를 추구한다. 거주 인구는 궁극적으로 900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초대형 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만큼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든 가운데, 국내 기업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 형태로 지하터널 건설을 수주했다. 사업 규모는 13억7000만 달러(1조9500억원)로, 지난 8일(현지시간) 첫 발파를 시작으로 공사에 돌입했다.
추가 사업 수주를 위해 국내 주요 정부부처와 기업들이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총수들과의 만남도 성사될지 관심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주요 그룹은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화된 자체 기술로 교통, 안전, 에너지, 환경 등 여러 방면에서 사업 주도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3년 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 보다 한층 진전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국내 5대 그룹 총수는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 한국 방문을 계기로 서울 한남동 삼성의 ‘승지원’에서 회동을 가졌다. 승지원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살던 한옥을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1987년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당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회동 자리에서 왕세와 각 총수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들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만에 왕세자가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서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 논의가 한층 진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그룹의 총수들도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주요 그룹들이 도시 건설에 필수적인 ICT, 자동차, 에너지 및 제조 분야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 빈 살만 왕세자는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시스템반도체 등 신성장동력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에서 건설, 수소에너지, 물류를 포괄하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PBV(목적기반차량),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솔루션 기술에서 앞서고 있어 투자 및 협업 가능성이 예상된다.
LG그룹은 AI,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등 스마트시티 구현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다. SK그룹 역시 ICT와 연계한 4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과 건설에 강점을 가진 롯데그룹으로서는 대형 쇼핑몰, 호텔, 서비스 레지던스, 오피스 등의 투자 협력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니즈가 맞물리게 됨에 따라 '제 2의 중동 붐'을 가능하게 할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 정부는 이달 초 기업과 '원팀 코리아'로 이름 붙인 수주지원단을 구성해 수주 외교전을 펼쳤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분야를 선도하는 우리 기업의 우수한 기술이 네옴, 키디야, 홍해 등 주요 프로젝트에 활용돼 제2의 중동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