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가동 시작한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대한출판문화협회 업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총 28편으로, 그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1761만 명을 동원한 ‘명량’이다. 2위는 ‘극한직업’으로, 지난 2019년 개봉해 16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명량’은 12일 만에, ‘극한직업’은 1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같은 다양한 정보들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영화인, 영화관에 대한 정보부터 상영, 좌석 점유율 등 세부적인 정보까지도 이 사이트를 통해 모두 공개되고 있다.
2003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구축 당시, 극장 측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극장 측은 민간기업의 경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으며, 규모가 작은 극장들의 경우엔 관객 정보가 알려질 경우 추후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었다.
그러나 영화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통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영화 산업 관계자들의 꾸준한 참여가 이어졌고, 이에 2011년 전국 영화관의 스크린 가입률이 99%까지 달성됐다. 지금은 완전히 정착돼 영화 산업 관계자 및 관객들에게 중요한 이정표로 활용되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영화 티켓처럼 책 판매 부수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고, 최근 그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판계의 숙원사업이었던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이하 출판전산망)을 출범시키며 기존 제각각이었던 출판·유통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제공 중인 것.
그간 각 서점과 출판사, 출판도매상 등은 어떤 서점에서 어느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어 주먹구구식 유통을 이어가고 있었고, 이것이 때로는 피해자를 만들기도 했었다. 지난 2017년 오프라인 서점에 책을 유통하던 송인서적이 어음, 위탁판매 등 주먹구구식 거래를 이어오다가 만기가 돌아온 600억 원대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바 있다.
작가들의 경우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세를 정산받다가 억울한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과학 장르 전문 출판사 아작이 작가들에게 계약금과 인세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다. 피해자인 장강명 작가가 “국내 출판계에 오래도록 뿌리내린 채 개선되지 않는 불투명하고 비도덕적인 유통 관행 개선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라고 강하게 요구했었다.
지금은 출판전산망에 출판사가 발간 도서의 표준화된 세부 정보를 전산망에 입력하면, 이 정보가 전산망에 연계된 유통사와 서점에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서점들의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이 전산망에 연계돼 있어 각 도서의 판매량에 대한 정보 또한 자동으로 전송된다. 신간 정보, 도서의 판매 동향 등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자료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축적하고, 또 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출범 당시 있었던 출판계의 반발을 봉합하지 못하고 출발한 출판전산망은 가동 약 1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당시 출판계는 문체부 주도로 전산망을 운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었다. 출판전산망 가동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면서도 운영권을 정부가 아닌 민간이 가지고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출판전산망이 가동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출판사들의 모임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 9월 “통전망은 출판 업계와 유통 업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에 대해 실망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출판유통통합 전산망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출판전산망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앞으로도 출판사나 지역 서점, 도서관 등 실사용자 분들의 의견을 반영해 고도화를 이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현재 대한출판문화협회 또한 독자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평행선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