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 상승에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 부담 커져
‘월드컵 특수도 옛말’…시차 탓에 배달‧외식보다 간편식 증가
1인당 20만원 호텔 뷔페는 예약 전쟁…외식업 양극화 심화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작년보다 오히려 분위기가 더 가라앉는 것 같다. 거리두기도 해제되고 월드컵도 있어서 올 연말은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에서 고기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기자의 월드컵 특수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 씨는 “사람들이 야외로 많이 나오는 여름철도 아니고 날이 추워지는 겨울 초입인 데다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외식 손님이 작년 보다 더 줄어든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서울 마포역 일대 주요 상권을 돌아본 결과 외식업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지난 20일 카타르 월드컵도 개막했지만 이전과 같은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일부 규모가 큰 대형 매장은 월드컵 특수가 무색할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오후 8시부터 10시는 보통 저녁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지만 아예 일찍 문을 닫고 퇴근한 매장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 송년 모임 수요가 늘어나는 11월 말은 각종 모임과 기업 회식으로 외식업계의 대목으로 꼽히는 시기다. 하지만 외식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 등으로 소비심리는 더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마포구 한식집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A씨는 “월드컵이라고 특별한 준비를 한 것은 없다”면서 “점심 때는 비슷하지만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한 달 전보다 확실히 줄었다. 연말 분위기가 전혀 없다. 다 같이 힘들다보니 밖에 나와서 외식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 전문 매장도 분위기가 가라앉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지만 최근 배달비 인상 등 여파로 배달 수요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 관계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열리면 피자나 치킨이 가장 큰 수혜를 봤는데 올해는 시차 때문에 주요 경기가 새벽에 열리다 보니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그나마 우루과이와 첫 경기가 오후 10시라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 야식 메뉴인 치킨업체도 시차 때문에 이전과 같은 큰 폭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이번 주에 월드컵 개막한 뒤로 특별히 배달 매출 변화는 없다. 월드컵 특수는 옛날 얘기”라면서도 “24일은 첫 한국 경기가 있고 시간도 이른 편이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이나 주요 경기 정도만 매출이 늘어날 것 같다”며 “워낙 새벽 시간이 많다 보니 배달이나 외식보다 간단한 안주를 사서 집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인당 20만원에 육박하는 특급호텔 뷔페는 연일 매진되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내달 10~20%가량 뷔페 가격을 인상한다. 하지만 주말은 물론 크리스마스를 전후 해서는 대부분 예약이 끝났다. 1인분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호텔 내 한식당, 일식당도 예약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유통가 대목 실종③] 패션·뷰티업계, 할인행사 총출동…소비 위축 우려도>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