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평화로웠던 포스코 포항제철소…아무일 없다는 듯이 청량
대부분 공장들 정상가동중…각자 제자리에서 제품 생산 '척척'
피해 극심했던 2열연공장은 복구 작업 한창…인프라 여전히 열악
포스코 "이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공장 정상화할 것"
“그날 아침 공장 앞은 그냥 ‘황하(黃河)’였습니다. 침수된 수많은 설비를 보며 직원들 발을 동동 구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포스코 역사상 첫 고졸 출신 임원 손병락 명장이 침수 당시 제철소를 떠올리며 전한 말이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침수 후 수해복구에 나선 지 78일 째 되던 23일. 대부분의 시설들이 복구가 됐음에도, 꽤 많은 상처들은 여전히 아물지 못한 채 곳곳에 남아있었다. 직원들은 그저 포항제철소의 정상화만을 기원하며, 밤낮없이 복구 작업에만 열중이었다.
이날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수해복구 현장을 보기 위해 이곳에 직접 방문했다. 이날 역시 포항제철소의 수해복구를 돕기 위해 광양제철소, 협력사 등 인력들이 참여했는데 총 1300명 정도가 투입됐다.
사실 포항제철소의 처참한 모습이 처음부터 실감됐던 것은 아니다. 처음 발을 디딘 포항제철소의 겉모습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깨끗했다. 특히 이날의 햇빛은 유독 더 쨍쨍해 지난날 침수를 입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투입됐단 많은 인력들도 어디 갔는지 잘 눈에 띄질 않았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봐도 간간히 한 쪽에 쌓인 건설자재들만 발견할 수 있었을 뿐, 양쪽에 울창하게 세워진 나무들과 푸른 하늘은 도저히 수해를 입은 현장이라고 떠올릴 수 없게끔 만들었다. 흙탕물이나, 부서진 자재 등 수해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단 의미다.
한 달 만에 복구가 된 1열연공장을 본다면 “포스코가 이제 완전히 정상화가 됐구나”하는 생각부터 들거다. 지상만 피해를 입었던 1열연공장은 가장 빠르게 복구가 된 곳이다. 일렬로 빼곡히 정돈된 설비들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용광로)도 정상적이게 작동 중이었다. 고로 설비를 운전하고 관리하는 중앙운전실에서는 직원 두 명이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고로를 핸들링 하고 있었고, 출선구에선 빨간 쇳물이 쏟아져 나오는 등 일반적인 작업장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2열연공장은 달랐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350만t의 제품 중 500만t이 통과하는 곳이다.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주요 제품들이 꼭 거쳐야 하기에 가장 중요한 공장이다.
손병락 명장은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중 제일 핵심”이라며 “2열연공장이 중단되면 대한민국 철강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지하실을 내려가는 계단은 좁았고 앞은 깜깜했다. 처음 제철소 입구에서 받은 흰 장갑은 금세 까매졌다.
지하실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반겨준 것은 물비린내다. 물비린내와 함께 섞인 습한 냄새 등이 코를 찔러 숨을 깊게 쉬기가 힘들었다. 마치 하수구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시설물들은 아직도 닦이지 않은 건지 대부분이 흙투성이었고, 바닥은 틈이 벌어진 군데군데는 흙탕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떤 쪽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새고 있었다. 지하 설비는 지상 대비 2~3배 침수됐다고 한다. 침수 당시 흙탕물과 토사들 등이 유입돼 지하는 30cm 정도 잠겼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이런 모습인데, 그날의 현장은 얼마나 끔찍했을 지 가늠이 안갔다. 그러나 이 모습마저도, 복구가 거의 된 상태라고 한다. 손병락 명장은 “배수하는 데 4주, 토사물 제거하는 데 4주나 걸렸다”며 “모든 것이 오프(off)된 상황에서 믿을 건 우리 열정과 지난 54년간 축적한 기술뿐이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았던 직원들은 2열연공장에선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쌔까만 작업복을 입고 있던 직원들은 헤드랜턴이나 손전등으로 불을 비추고, 깜깜한 현장에서 열심히 복구 작업 중이었다. 포스코는 침수된 설비를 새로 구매할 것을 검토했으나 그렇게 될 경우 정상화 시점이 늦춰질 수 있어, 손병락 명장 주도하에 직원들은 직접 복구 작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특히 그는 최대 170t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 복구작업에 앞장섰다. 총 47대중 33대를 자체적으로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하는데 성공했으며 나머지 모터 복구 작업도 공장 재가동 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진행되는 중이다.
손병락 명장은 “고졸사원 말 한마디에 경영진이 승인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따라줘서 감사하다”며 “지금 13대 중 2대를 뺀 11개가 복구가 완료됐으며, 나머지도 곧 완료된다. 2열연공장을 반드시 그리고 최대한 살려야겠단 사명감으로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포스코 직원들이 땀을 흘리며 복구 작업에 나서는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포항제철소의 정상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관이 현재 깨끗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밤낮없이 일한 포스코 직원들의 노고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 같이 직원들은 마치 제 일처럼 복구작업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사내부부인 한 직원은 몇 주째 남편도 못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포항제철소를 이전 모습으로 되돌려놓겠단 계획이다.
손병락 명장은 “끝까지 힘내 대한민국 철강 산업을 살릴 수 있게끔 격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시장 수급상황을 최우선으로 라인 가동에 우선순위를 결정해 복구 자원에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9~10월까지 3전강, 2전강, 1냉연, 1열연, 1선재, 3후판 공장이 복구가 됐으며 지난 11일에는 2후판 공장 복구가 완료됐다. 다음달에는 2냉연, 2열연, 2선재, 스테인리스(STS) 2냉연, 1전강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며, 내년 1~2월에는 도금 CGL(대부분 올해 내 가동), STS 1냉연(일부 올해 내 가동) 복구를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