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수해복구 82일 째 , 밤낮없이 복구 작업 이어져
외부는 여전히 '니탓내탓' 공방…산업부 "포스코 대처 아쉬워"
지난 23일 포항제철소에 방문해 둘러보니 밤낮없이 일하는 포스코 근로자들의 노고가 감명 깊게 다가왔다. 침수 직후의 현장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지금의 제철소 모습만 보더라도 그때의 상황이 눈앞에 그려져 괜히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외부는 아직도 시끌벅적하다. 수해 피해의 책임을 놓고 포스코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제철소 정상화를 목표로 일상을 제쳐두고 일하는 근로자들을 떠올린다면, 더욱 좋지 못한 풍경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9월 6일 6시경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통과하면서 집중호우가 발생해 포항제철소 옆 하천(냉천)이 범람했다. 강수량은 4시간 기준 354.5㎜로, 최대 강수량은 시간당 101㎜를 기록했다. 특히 상류 유입 하천수가 수로가 좁아진 탓에 냉천교 구간에서 정체로 범람해 제철소 3문과 2문으로 유입됐다. 이렇게 여의도 면적 약 1.2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는 약1시간30분만에 잠기게 됐다. 이때 유입된 흙탕물만해도 약 620만t에 이른다.
포스코는 힌남노가 오기 일주일 전부터 비상대책을 가동했다고 한다. 그날그날 모니터링을 하고, 전날 저녁에는 직원들을 보호하고 화재와 폭발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모든 공장 가동을 정지시켰다. 제철소의 심장으로 불리는 고로(용광로)도 포항제철소 54년 역사상 처음으로 휴풍에 돌입했다.
또 태풍으로 공장을 출입하는 대형 출입문을 통해 물이 유입돼 사람이 빠지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던 과거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20t에 달하는 카세트 등 중량물로 출입문을 봉쇄하기도 했다.
이정도면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엄청난 손실이 날 것을 알면서도, 사전에 제철소의 모든 설비를 중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불감증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이해득실만에 민감한 경영진들이 이러한 결단을 내리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산업부는 이 마저도 시원찮단 반응을 보였다. ‘포스코 나름의 대응’이 미흡했단 거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지난 14일 민관합동 철강수급조사단 중간결과 발표에서 “포스코가 사전 조업 중지 등 태풍 대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가 핵심 제조업의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사전에 예보된 큰 규모의 태풍에 더욱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일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인 책임 여부를 떠나 광범위한 철강재 수급 차질로 수요 산업, 협력 업체,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포스코)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공식 입장 발표가 없는 등 사후 대응 측면에 일부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얘길 듣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산업부가 바라는 ‘철저한 대비’와 ‘사후 대응 측면’은 대체 무엇일까. 구체적인 언급도 없이 아쉬움이 남는다니, 비약일 수 있겠지만 멀리서 팔짱끼고 서서 초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제철소에서 새까매진 작업복에 얼굴에는 흙을 묻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복구 작업 중인 근로자들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된다.
포스코는 신속한 복구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침수 피해 이후 국내 철강 수급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압연공장 복구계획을 수립했다”며 “'태풍재해복구TF, 피해복구 전사 종합대응 상황반을 운영해 현장 복구, 제품 수급 등과 관련된 이슈를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려 복구작업을 순조로이 진행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해복구에 나선지 오늘로 82일. 세 달 동안 총 투입된 연인원이 100만여명이다. 이들은 밤낮없이 흙탕물과 토사를 치워내고, 이제는 정상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포항제철소에 실질적인 도움도 주지 않던 산업부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포스코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보면 근로자들의 수해복구 현장을 가까이서 본 것인지 의문이 든다. 직접 가서 토사라도 한 삽 퍼내며 같이 땀을 흘려보는 게 산업 지원 부처로서의 도리가 아닐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