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메시지 전하는 영화제부터 마을 영화제까지.
다양해진 지역 영화제들
지난 10월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홍콩 배우 양조위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다. 개막식 레드카펫부터 관객과의 대화까지. 오랜만에 방문한 부산에서 양조위는 팬들과 짧지만 뜨거운 만남을 가지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깊은 만족감을 선사했었다.
양조위는 물론, 태국 최초로 천만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피막’의 주연 마리오 마우러, 태국의 국민 배우 나타폰 떼마락, 일본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 등 국내는 물론 해외의 인기 스타들도 대거 영화제를 방문, 팬들을 부산으로 불러 모았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약 16만 명의 관객들이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맞춰 좌석의 절반 정도만을 열어 운영했던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숫자.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빠르게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NF)도 성장세를 보였다. 오석근 마켓운영위원장은 “예년을 100으로 볼 때 140까지 올라갔다”고 올해 마켓 성과를 평가하면서 “올해 처음 시도된 스토리 마켓이 역대 최다 미팅을 기록했고, K-문화의 바탕인 K-스토리에 세계적 관심이 집중됐다”고 설명했었다.
의미 있는 영화를 상영 및 시상하면서 새로운 감독과 배우를 조명·발굴하고, 전 세계 영화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있다. 여기에 필름 마켓을 통해 작품의 유통을 돕는 등 영화제의 다양한 의미를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많은 영화 작품을 모아서 일정 기간 내에 연속적으로 상영하는 행사를 뜻하는 ‘영화제’는 이렇듯 다양한 의미를 생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여러 영화제들이 열리고, 또 이어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영화제만 수십 개가 된다.국내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57개국 217편이 상영된 가운데 전체 관객 수 5만 명을 기록했으며, 지난 7월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온, 오프라인 통합 9만여 명의 관객이 11일 동안 다양하게 영화제를 즐겼다. 이 외에도 서울독립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 각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열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전국에서 200여 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관객들을 만났었다.
물론 모든 영화제가 부산, 전주국제영화제처럼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 수만 명이 넘는 관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열리는 것은 아니다. 무주산골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 그 규모는 국내 3대 영화제만큼 크지 않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영화를 감상하게 하는 등 지역적 특성을 살리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상의 기회를 전하기도 한다.
특정 주제나 장르의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며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는 영화제들도 있다. 최근 열린 광주여성영화제는 여성영화를 중심으로 선보이면서 성평등 문화 확산에 대한 의미를 남긴 바 있다.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축제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아동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영화를 통해 세상이 ‘아동을 대하는 방식’에 자발적,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 아동권리영화제 등이 그 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는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규모의 마을 영화제도 한층 활발해졌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에서 최근 제1회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가 개최됐으며, 충남 예산군 대술면에서는 제1회 시산리 마을영화제가 지역 주민들과 영화 마니아들을 겨냥했었다. 지난 9월에는 섬진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환경 관련 영화제를 함께 감상하기도 하는 섬진강마을영화제가 곡성에서 열렸다.
무주산골영화제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소규모 영화제들이 늘어난 것이 최근 보이는 풍경들인 것 같다. 팬데믹 기간에 먼 곳으로 이동을 할 수 없게 되고, 큰 규모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면서 근처 커뮤니티들이 중요해진 것이다. 큰돈이 드는 영화제가 아닌, 소규모라 열리기도 용이하고, 영화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여러 이해관계들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최근 영화제 경향을 짚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사라지는 등 독립예술영화들이 위축된 면이 있다. 영화제는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예술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이제 영화제들의 역할,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