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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작전 뺨친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6시간


입력 2023.02.21 19:16 수정 2023.02.21 19:16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계획없다'며 철통보안 유지…가짜 일정표 배포

독일 경유…폴란드서 기차타고 키이우로 이동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대통령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쟁 발발 1년을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군사작전처럼 극비리에 진행됐다. 미 백악관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따돌리고자 일정을 끝까지 함구했고, 가짜 일정표를 배포하며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대통령 전용기가 아닌 더 소형 비행기를 타고 내밀하게 움직여 언론에 혼선을 줬다.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계획은 지난 17일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현직 미 대통령이 전쟁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위험 탓에 백악관·국방부·정보기관 등의 극소수만 방문계획을 통보받아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은밀하게 이동했다. 백악관은 19일 오후 공개한 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오후 7시 폴란드로 출국한다고 공지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연일 우크라이나 방문설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백악관은 끝까지 바르샤바 이외의 일정은 일절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19일 오전 4시15분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이륙한 상태였다. 에어포스원 대신 국내 출장에 사용되는 C-32기에 탑승했다. 동행한 백악관 참모진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3명뿐이었고 기자단도 사진기자 포함 2명만 동행했다. 이들은 비밀유지를 위해 가짜 일정을 공지받고 출발 전 휴대전화 등을 백악관에 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탄 공군기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중간급유 뒤 폴란드 남서부 제슈프에 도착했으며 다시 기차 편으로 10시간 이동해 20일 오전 8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도착했다.


폴란드를 방문하는 동안 우크라이나를 들를 수도 있다는 추측이 무성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실제 방문은 한마디로 ‘깜짝쇼’였다. 그는 18일 오후 7시쯤 미국 워싱턴DC에서 질 바이든 여사와 저녁을 먹은 뒤 불과 36시간 뒤에 키이우에서 깜짝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키이우의 공습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옆에 꿋꿋하게 선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은 폴란드에서 있을 어떤 연설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전쟁 지역에 방문한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재임 당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지만 이 지역은 모두 미군이 주둔했다. 이를 두고 영국 BBC방송은 “전례가 없는 대담한 순방”이라고 평했다.


도착 30분 뒤 대통령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하고 도착 6시간 만에 키이우를 떠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 후 공개한 대국민 방송연설에서 “러시아가 촉발한 전쟁에서 올해 승리를 위해 어떻게 할지에 관해 대화했다”며 “필요한 것은 결의뿐이다. 오늘 그런 결의를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으로부터 봤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일행은 보안을 위해 현지 이동 때에도 전용차 ‘비스트’ 대신 검은색 SUV를 탔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대통령 출발 몇 시간 전 충돌방지를 위해 러시아에 키이우 방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폴란드로 복귀한 바이든 대통령은 바르샤바로 이동해 21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더군다나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쉽게 갈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키이우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러시아에 분명히 보여주면서도 내년 대선을 크게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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