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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금융펀드, 규제 리스크·SVB 사태에 ‘휘청’


입력 2023.03.15 07:00 수정 2023.03.15 07:0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1개월 수익률 -9.42%...46개 테마펀드 중 최하

대출금리 인하 압박·美은행 파산여파에 발목

“은행주 체력 약화...투심 회복까지 시간 필요”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의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샌타클래라=AP/뉴시스

국내 은행주들이 규제 리스크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로 흔들리는 가운데 금융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은행주들은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 조짐으로 반등했지만 최근 잇따른 악재에 노출되면서 주가 회복 기대감이 멀어지는 모습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금융펀드 7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9.42%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46개 테마형 펀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2.48%)도 밑돌았다.


상품별로 보면 국내 금융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TIGER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의 1개월 수익률이 -10.45%였고 ‘삼성KODEX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도 -10.37%의 수익률로 부진했다.


금융펀드의 수익은 최근 6개월 시점으로 보면 펀드 내 최상위권이다. 6개월 간 8.84%의 수익을 거둬 테마형 펀드 중 삼성그룹펀드(8.98%) 다음으로 높았다. 지난해 4분기 배당 기대에 힘입어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올해 들어서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대한 호실적 기대감이 지속됐다. 특히 실적 성장이 뒷받침 된 배당 확대 기대와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요구가 은행주 주가를 끌어올렸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부터다. 당국이 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와 충당금 적립을 압박하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에 따라 금융펀드도 최근 3개월 시점서부터 수익률(-3.33%)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여기에 최근 미국 내 16번째로 큰 은행인 SVB 파산까지 맞물리면서 은행주의 추가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SVB의 예금 전액을 보증하는 등 지원책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이 안도하지 못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규제 우려에 따라 은행주의 펀더멘털 약화가 예상된다”며 “SVB 사태의 경우 미국 정부가 발빠르게 개입하고 있는 점은 우려감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지만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SVB 파산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우려는 적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자산 구조가 비슷한 은행들의 추가 도산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국내 은행주 및 금융펀드도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본력과 건전성이 취약하고 SVB와 유사한 자산 구조를 가진 지역은행들의 뱅크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사태가 조기 진압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밖에 없고 국내 은행주의 영향도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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