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반격 태세 효용성 급진전
공세적 군사전략 실용성 변혁"
북한이 고체연료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개최했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적들이 그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 불가능한, 다양한 군사적 행동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했던 만큼, 관련 사안을 행동으로 옮긴 모양새다.
14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하에 "공화국 전략 무력의 전망적인 핵심 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가 전날 단행됐다"고 전했다.
이날 발사 현장에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는 물론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리일환 당 선전선동 비서 등이 참석했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가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다단계) 발동기들의 성능과 단분리 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전략무기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평가하는데 목적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주변 국가들의 안전과 영내 비행 중 다계단 분리의 안전성을 고려해 1계단은 표준탄도 비행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 방식으로 설정해 시간 지연분리 시동 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 속도를 제한하면서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단계별 분리가 이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상공에서 한반도와 동해, 그리고 일본 열도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미사일과 통제실 간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에둘러 과시했다. 북한이 신형 ICBM을 발사하며 이달까지 준비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던 군사 정찰위성 관련 시험까지 진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16일 화성-17형 ICBM 발사 당시에도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위성 발사에 접목될 수 있는 기술을 점검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로 전략적 공격 수단의 신뢰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입장도 밝혔다.
통신은 "시험발사를 통해 신형 전략무기 체계의 모든 정수들이 설계상 요구에 정확히 도달되었다"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보다 군사적 효용성이 큰 위력적인 전략적 공격수단으로 된다는 담보와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화성-18형 개발이 "전략적 억제력 구성 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라며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 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체연료 기반 미사일은 연료 주입 시간이 별도로 필요치 않아 기습발사에 유리한 만큼,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과 공세적 군사전략의 실용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이번 발사는 이동식발사대(TEL)를 활용해 '낯선 장소'에서 이뤄졌다. 크고 무거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감당할 만한 도로가 여의치 않은 북한은 그간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만 ICBM을 발사해왔다.
하지만 공개된 사진을 살펴보면, 북한은 TEL 2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의 '방공터널' 등을 활용해 호숫가 근처로 미사일을 이동시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ICBM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던 기동성·은밀성을 보완해 한국·미국의 감시 역량을 무력화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북한이 △TEL △열차 △저수지 △사일로(개폐 형식의 지하 원통형 시설) 등을 활용해 각종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바 있는 만큼, 관련 무기체계를 동시에 가동할 경우 '한미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압박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발신한 셈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적들에게 더욱 분명한 안보위기를 체감시키고 부질없는 사고와 망동을 단념할 때까지 시종 치명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을 가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며 "반드시 불가 극복의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어 잘못된 저들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절망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전략 무력 강화를 더욱 힘 있게 추진해나가는 데 나서는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을 언급했다. 향후 미국을 겨냥한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2월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 "4기의 고체연료형 ICBM 추정 발사체가 등장한 바 있다"며 "오늘 보도된 사진과 동일한 형태였다. 향후 3기의 추가 실험을 연속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