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총 열고 '상임위원장 기준' 정립
정청래 "내가 상임위원장 맡을 일 없을 것"
당내 '혁신위' 구성·인선 관련 혼란은 지속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청래 리스크'를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행정안전위원장직을 고수하던 정청래 최고위원이 상임위원장직을 포기하면서다. 하지만 당내 쇄신과 혁신을 위한 혁신위원회의 역할과 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선 일각에서 반발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혁신위 사태를 촉발한 이재명 대표를 향한 '리더십 리스크'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수와 연구모임 등 다양한 모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며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대표와 원내대표·최고위원·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은 상임위원장을 겸직하지 않기로 했다. 또 장관 이상 고위 정무직을 맡거나 종전 원내대표를 맡은 분도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칙을 반영해 그동안 행안위원장직에 욕심을 드러내온 정청래 최고위원의 상임위원장 복귀도 무산됐다. 정 최고위원은 의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박광온 원내대표와 국회의원들의 추인 후 곧바로 나가서 '또 선당후사 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나는 오늘 상임위원장의 유권자인 국회의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내가 다시 상임위원장을 맡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는 국회 관례로 이어져 온 것인데 기존 관례 취지는 큰 2개 권한을 동시에 갖게 되면 하나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과 분산과 균형 차원인 것으로 안다"며 "이 원칙을 반영하고 선수와 나이, 지역 특성과 전문성을 두루 고려해 상임위원장을 배치하는 것으로 논의했다. 구체적 인선은 추후에 정하고 14일 정도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진행하기 위해 국회와 논의 중"이라고 했다.
당은 앞서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몫의 상임위인 교육·행정안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환경노동·예산결산특별 등 6곳의 위원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본회의 표결 직전 보류한 바 있다. 당내에서 원내대표나 장관 출신, 또는 지도부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이 '기득권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분출됐기 때문이다. 원내지도부는 이후 당내 의견을 수렴해왔다.
이른바 '정청래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이재명 리스크'는 여전한 모양새다. 이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 리더십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오늘 그런 내용은 주된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혁신위원회가 역할과 인선 잘해서 혁신의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답하면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익명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의총장에서 혁신위의 역할과 그 구성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의원은 민주당이 왜 5년 만에 대선에서 패배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원인 분석이 전제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면서 전혀 다른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선 현행 체제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해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 1년'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실질적인 평가 없이 혁신위를 출범시켜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혁파와 당원 주도의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대의원제 체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민주당 내에선 혁신위원장으로 위촉됐다가 9시간 만에 '천안함 자폭' 등의 발언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선임한 이 대표를 향한 리더십 위기가 대두된 바 있다. 제대로 된 인사 검증 과정이 없었던 만큼 이 이사장을 임명한 이 대표가 이에 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 사태와 관련해 이 대표가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던 만큼 이날 의총에서 반발이 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혁신위와 관련한 당내 내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변인은 "전반적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이를 진행하는데 있어 여러 고려 사항이 있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말씀이 있었다"며 "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선 혁신위에 바라는 역할을 좀 더 명확히 해서 수행할 수 있는 인선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