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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블링컨 자리 배치의 속내는


입력 2023.06.19 20:46 수정 2023.06.19 20:47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동에서 시 주석이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구도가 나오는 위치에 앉았다. ⓒ 신화/연합뉴스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회동은 그 내용뿐 아니라 자리 배치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두 개의 긴 테이블 한쪽에 ‘손님’인 블링컨 장관 일행, 다른 한쪽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은 가운데 마치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으로 회동을 진행했다.


이 같은 자리 배치는 2018년 6월 시 주석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2016년 4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각각 면담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자리 배치다. 시 주석은 폼페이오, 라브로프보다 격이 높지만 그들의 예방을 받았을 때는 외교 관례에 따라 탁자를 사이에 둔 채 나란히 배치된 두 개의 의자에 각각 앉아 대등한 위치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2018년 6월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을 만나는 시진핑 주석. ⓒ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치 양측간 회담에 상급자가 잠시 들러 격려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중국은 자리 배치를 통해 최근 급랭한 미·중관계에서 미국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물러서지 않는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미국과 자국민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먼 길을 날아온 ‘손님’인 블링컨 장관을 미국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만나긴 하되,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이 같은 장면을 연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6년 4월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만나는 시진핑 주석. ⓒ EPA/연합뉴스

특히 이번 자리 배치는 2017년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면담할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이 전 총리와 면담에서 자신은 테이블 상석에 앉고 이 전 총리를 테이블 옆에 앉도록 자리 배치를 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해찬 특사가 2017년 5월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홀에서 면담하는 모습. ⓒ 연합뉴스

특사의 경우 한 나라 정상을 대신하는 역할이어서 통상 대등하게 마주앉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다. 실제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환담했다. 2013년 1월 박근혜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김무성 의원이 시진핑 당시 총서기와 면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징 소식통은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한 방식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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