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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불로 9세 의붓동생 가슴 지진 형…'솜방망이 처벌' 재판부에 쏟아지는 비난 [디케의 눈물 87]


입력 2023.06.24 05:15 수정 2023.07.11 09:15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법조계 "피해 아동 처벌 불원 의사, 양형에 영향 미쳤겠지만…강요받은 것 아닌지 의심"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한 피해 아동, 법정 진술시키는 것 자체에 신중했어야…가혹해 보여"

"재판부, 계모에게도 학대당하는 특수한 상황 고려했어야…피고인에게 실형 타당"

"대법 양형 기준위원회서 매년 양형기준 선정하지만…형식적 절차에 구색 맞추는 경우 많아"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교 2학년 의붓동생의 가슴에 담뱃불을 들이밀어 화상을 입게 한 2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 아동의 처벌 불원 의사 표시가 양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이 계모로부터도 학대를 받은 적이 있기에 주변인들에 의해 억지로 법정에 나와 진술했을 수도 있다"며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23일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여규호 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과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의붓형인 A 씨는 술을 마신 후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고 있는 의붓동생 B 군에게 상의를 들어보라고 얘기한 뒤 담뱃불을 갖다 대 화상을 입게 했다. 이후 등교한 B 군의 상태가 좋지 않자 아동학대를 의심한 학교 측이 신고하면서 사건은 드러났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이 사건 피고인에 대해 실형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생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상의를 들어 올리라고 지시하고, 담뱃불을 몸에 갖다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며 "계모 역시도 아이를 학대하는 등 피해 아동이 집안에서 보호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재판부가 이번 판결을 결정할 때, 피해아동의 이같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변호사는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혹은 처벌 불원 의사는 항상하는 교과서적인 논리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한 피해 아동을 법정에 세운 것도 신중했어야 했다"며 "주변인들에 의해 억지로 법정에 나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 표명을 강요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런 면에서 피해 아동을 법정에 세운 것은 가혹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게티이미지뱅크

법무법인 숭인 김영미 변호사는 "피해 아동의 처벌 불원 의사 표시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아동학대 행위 양태도 매우 다양하다"며 "이 사건처럼 부모가 아동학대 가해자일 경우엔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반면, 단순히 훈육 방법이 잘못됐다거나 정서적 학대인 경우는 가정법원으로 송치돼 보호 처분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단순히 훈육 혹은 자녀에 대해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욕설해 재판에 넘겨진 경우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도 피고인이 상해를 가한 정도가 매우 심각했으면 실형이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로 사당법률사무소 문건일 변호사는 "보통 피고인이 있는 재판에는 양형 기준표상 처벌 불원 자체가 강력한 양형 사유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재판부가 이를 고려하는 편이다"며 "기본적으로 대법원 양형 기준위원회에서 매년 양형 기준을 발표한다. 이 범위 내에서 판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놓고, 이외는 판사의 재량권으로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다만, 양형 기준이 정립됨으로써 형식적 절차에 구색만 맞추는 때가 많다"며 "사건마다 성격이 다르므로 양형 조건도 달라져야 하는데, 양형 기준이 정해져 있다 보니 개별적인 사건마다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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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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