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문책 분위기까지는 아냐
빈 살만 '오일머니' 엑스포 유치 주도권
로마 엑스포 위원장 "돈거래 방식" 비판
한덕수 총리가 이번 주 특별한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통상 업무를 이어간다. 다음 주부터 총선용 개각이 진행돼 인사청문회 준비가 한창인 상황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신중한 재정비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나온다.
대한민국 부산은 지난 29일(한국시간) 진행된 BIE 1차 투표에서 총 165표 중 29표(17.5%)를 획득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획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며 엑스포 유치를 확정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끝난 직후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그동안 지원해 주신 성원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노력해주신 재계 여러 기업과 힘 써주신 모든 정부 관계자, 부산 시민들, 국회의 만장일치의 지원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동안 182개국을 다니면서 우리가 얻은 외교적 자산은 계속 더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치위원회를 이끈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1일 예정된 임시 국무회의 주재 외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는 것도 국가적 안타까움을 놓고 섣불리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 총선용 개각이 진행돼 인사청문회 준비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국회 인준이 필요한 국무총리까지 문책할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엑스포 유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많은 후보자를 제치고 왕세자의 자리에 앉은 빈살만은 본인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정부 요직을 맡은 왕가를 중심으로 주요국 고위 인사에게 지지를 얻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비전 2030'이라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엑스포는 비전 2030의 '화룡점정'으로 일찌감치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파 월드컵과 2030 엑스포 유치를 미래 치적으로 홍보한 만큼 측근 인사들은 엑스포 개최가 좌절되면 '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사우디 국내 정치 어젠더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역대급 물량 공세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 장관은 지난 6월 4차 PT에서 2030년까지 약 4천 300조 원 투자를 통해 리야드에 △세계 최대 도시공원 △복합문화지구 △최첨단 도심 철도망 등을 구축하고, 엑스포 개최에 10조원 이상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저개발국에 천문학적 개발차관과 원조기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셈이다.
지암피에로 마솔로 로마 엑스포 2030 후보 홍보 위원회 위원장은 "리야드를 국제사회가 압도적인 다수에 의해 선택한 것이라면 이는 선택이 국가 간(transnational) 방식이 아닌 돈거래(transactional) 방식에 의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은 위험하다"며 "오늘은 엑스포였고, 처음에는 월드컵이었다. 그 다음에는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