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도대체 이복현이 누구길래”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입력 2025.03.16 14:39 수정 2025.03.16 14:41        양창욱 기자 (wook1410@dailian.co.kr)

업계, ‘금융계의 저승사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성토 가중…권한도 없이 무소불위로 금융정책 간섭

금리·대출 제멋대로 춤추게 하고 금융권 인사 개입 의혹까지…금감원 내부서도 분위기 안 좋아

특수부 검사의 습(習) 아직도 못 버리고…월권·관치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상(我相) 드러내

상법 개정안 거부권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 순수성 의심…탈출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지난달 증권부로 오고 나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가장 처음, 또 가장 많이 들은 것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성토였다. 기본적으로 감독기관에 대해서는 좋은 얘기들을 할 수 없는 입장들이겠지만 그저 허언(虛言)으로 떠드는 악다구니는 아닌 듯했다. 특히 은행을 끼고 있는 금융그룹 관계자들의 분노가 만만치 않았는데,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의 적자(嫡子)임을 내세워 있지도 않은 권한으로 금융정책에 무소불위로 간섭하고 금리와 대출을 제멋대로 춤추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땅히 금융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낚아채 언론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한 피로감은 이미 차고 넘쳤고 금융권 인사 개입 의혹도 입에 거품을 물고 질타했다. 완장병에 걸린 시골 아저씨처럼 “너 금리 내려! 너 금리 올려! 너 대출 늘려! 너 대출 중지해!” 식의 고압적인 감독과 훈계에도 반감이 작지 않았다. 더욱이 취임 이후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 변경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작년부터 베테랑 부장급 인사들을 업무에서 배제해 금감원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금융계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이복현 원장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지난날 검찰총장의 별동대로 말 그대로 꽃길만 걸었던 대검 중수부가 이 특수부의 빛나는 별이었고, 감옥에 가 있는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박근혜정권 적폐 수사의 선봉으로 잔혹하게 활용하다가 칼끝이 자신을 향해 오자 검찰개혁의 미명하에 여지없이 쪼개버렸다는 그 비운의 이름도 특수부였다. 여하튼 지금이야 이런저런 조각으로 찢어져 그 흔적을 쫓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정도로 비루하게 저물었지만, 오랜 세월 특수부는 공안부와 함께 이 나라 검찰 권력의 요체이자 검사들의 궁극적인 지향이었다.


무엇보다 정통 특수부의 칼잡이들은 심재륜 전 고검장을 본령으로 하는 ‘찌르되 비틀지 않고 환부만 도려내 피의자마저 인정하게 만드는’ 외과식 수사를 도모했다. 다만 여기도 이단(異端)이 난무했는데, 이른바 별건 수사와 먼지털이 수사로 스스로의 자긍심만 드높이는 부류도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이복현 원장 등은 정통과 결이 달랐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지난 2023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이복현 금감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그에게 매사 겁 없이 함부로 개입하고 홀로 다 아는 것처럼 떠들며 틈만 나면 가르치려고 드는 기질이 있다면 그것은 가장 오랫동안 입었던 검사복의 향취와 습(習)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비토하고 그들만 즐기는 ‘검사스러움’ 특유의 업보(業報)일 수도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금리를 올리면 가계대출 관리가 더욱 쉽다”, “부동산 시장에 비춰 더 센 개입을 해야 한다” 등의 그의 과거 발언은 새삼 곱씹혀진다. 기업의 합병 및 지배구조 개편에 난데없이 정정을 요구하고 은행의 부당대출 의혹에 책임론부터 운운했던 만용(蠻勇)도 얼핏 이해가 된다. 월권이나 관치 논란은 아랑곳하지 않는 아상(我相)이 참으로 눈부시다.


야당이 상정한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이복현 원장이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밝히자 여당에서는 ‘윤석열 사단 막내의 반란’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 게 검사다. 본디 주군(主君)도 진영(陣營)도 없이 오롯이 나 잘난 맛에 이기려고만 드는 직업군 출신에게 아직도 대통령에 대한 충심이나 미련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미 사단에 없는 사람이다. 한동훈을 보고도 모르나. 3개월밖에 안 남은 직에 도대체 누가 관심이 있다고 그 직을 걸겠다는 것인가.


오히려 일각에서 흘리고 있는 “이복현 원장이 작금의 상법 개정안 국면을 탈출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야당의 서원대로 상법이 바뀌면 당연히 소송은 늘어날 것이고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뛸 것이다. 이 원장이 염원하고 있는 올 여름의 푸른 꿈이 여기에 닿아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근거와 증좌는 없지만, 이 원장의 결기를 오직 800만 개미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한 한 시장주의자의 순수한 외침이라고 보지 않는 것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양창욱 기자 (wook141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