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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생, 김희애·염정아·이영애의 남자 ‘조건 없는’ 사랑의 화신 [OTT 내비게이션⑪]


입력 2024.01.11 09:12 수정 2024.01.12 04:44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드라마 ‘마에스트라’ 유정재 역으로 대한민국 여심 흔들

배우 이무생 ⓒ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일본 수장 고니시 유키나가로 분해 언뜻 알아보기 힘들 만큼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무생은 달랐다.


오랜 세월 안방극장을 호령하는 여자배우들은 종종 젊은 남자배우와 짝을 이뤄 자연 나이와 별개로 ‘배우 나이’를 젊게 하며 배우 수명을 연장한다. 엄정화와 박서준(마녀의 연애), 이나영과 이종석(로맨스는 별책부록), 송혜교와 박보검(남자친구), 임수정과 장기용(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김혜수와 주지훈(하이에나, 이상 방영순)이 대표적이다.


‘연하의 남자배우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기하고, 얼마나 진심으로 베테랑 상대역을 사랑하는 눈빛을 보여주느냐’가 커플 조합에 현실감을 부여해 시청자를 설득하고 나아가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관건이 됐다. 때문에, 연기 잘하는, 쉽게 기죽지 않는, 자체 매력 발광의 미남 배우들이 기용됐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정신과 의사 김윤기로 분한 배우 이무생 ⓒ사진=JTBC 제공

이무생은 다르다. 실제론 나이 차가 커도 화면에선 ‘동료처럼’ 대등하게 보이게 한다. 여자배우에겐 이보다 좋은 조합이 없다. 10년 안팎 나이가 적고 대중에게 각인된 활동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이무생의 ‘청량감’으로 배우로서 자신의 나이는 어려지되, 연하 남자배우와 짝을 이뤘음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뿐인가. 바닥부터 다져온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기에 믿고 호흡할 수 있는 배우다.


특히나 진심. 이무생이 연상의 상대역을 바라보는 눈빛은 연심을 넘어 마치 ‘보호자’ 같다. 부모도 아닌데, 바라는 게 없는 조건 없는 사랑이다.


드라마 ‘쿨리닝 업’에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변호사로 이영신으로 분한 배우 이무생. 선글라스도 잘 어울린다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 제공

넷플릭스·티빙·왓챠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자존심 강한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와 여다경(한서희 분)의 불륜으로 인생 바닥에 내팽개쳐졌을 때. 처음엔 한 발짝 떨어져 지켜만 보다가, 다가가 한 팔 부축해 서게 해 주고, 선우의 아들 준영이마저 슬며시 챙기는 김윤기(이무생 분)의 모습은 너무 따뜻했다. 열정과 독점을 키워드로 한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애’ ‘인간미’로 보여 더 따스하고 든든했다.


티빙·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클리닝 업’에서. 사회 밑바닥 탈출을 꿈꾸는 빌딩 청소 미화원 어용미(염정아 분)가 초심을 잃고 무리에 무리수를 두며 주가조작에 뛰어들 때. 처음엔 용미의 가짜 신분을 모른 척 용인해 주다가, 비밀조직 안에 두고 ‘내가 시키는 것만 하라’며 보호해 주다가, 끝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바쳐 천방지축 용미를 지켰다. 서로를 향한 알 수 없는 동질감과 연민 외에 무엇을 나눈 사이라고 이영신(이무생 분)은 직업과 돈뿐 아니라 목숨마저도 걸었다. 너무나 뜨거운 사랑인데 희한하게 온도가 아니라 ‘무게’로 다가오는, 어른 남자의 묵직한 사랑이 멋졌다.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차세움 외에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유정재로 분한 배우 이무생. ‘이무생로랑’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모습 ⓒ이하 tvN 제공

그리고 현재 tvN 방영 중이고 티빙과 디즈니+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세계 최고의 지휘자 위치였으나 공적 모략과 사생활을 둘러싼 잡음 속에서 추락을 거듭하는 차세움(이영애 분)이 아등바등 혼자 서려 애쓸 때. 때로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몰래 도움을 주고, 때로는 홍 반장이 되어 차세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나타나 구해 주고, 끝내 세움이 스스로 몸을 던져 추락을 택할 때 ‘충격 방지용 매트’가 되어 그것도 바닥에서 기다리지 않고 알라딘의 양탄자처럼 공중에서 기다려 충격을 최소화한다.


이렇게 모든 걸 하고도, 주고도 유정재(이무생 분)는 빈손이다. 신경 끄고 살고 싶은데 자꾸만 거슬리고, 못 보면 죽을 것 같으니 오케스트라를 통째로 사서라도 눈앞에 뒀지만. 남편 김필(김영재 분)과 이혼 진행 중이긴 해도 아직 기혼녀인 것을 존중해 섣불리 다가서지 않고, 그러함에도 차세움의 “고마워” 한마디에 달을 통째로 산 듯 헤벌쭉 웃는다. 미소가 너무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럽다, 차세움을 지키기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하는 냉혹한 금력자의 반칙에 눈을 감게 할 만큼.

‘조건 없는 사랑’의 화신, 배우 이무생. 오래도록 많은 이가 사랑하고 인정하면 ‘고전’이 된다 ⓒ

오랜만에 안방을 찾아도, 두 아이의 엄마에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나이가 되어도, 변함이 없는 미모와 파워를 보여주는 이영애만으로는 차세움과 드라마가 아름답게 성공하기 어렵다. 차세움이 누구보다 행복한 여자로 보이게 하는 ‘가없는 사랑’ 꿀 떨어지는 눈빛의 유정재, 관록의 이영애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수 있는 연기력의 ‘내공’ 이무생이 있어 이영애가 더욱 아름답고 ‘마에스트라’가 비로소 완성된다.


이런 남자 어디 없어요? 외치고 싶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이무생의 유정재가 대한민국 여심을 흔들고 있다. 티빙에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지만, ‘마에스트라’(연출 김정권, 극본 최이윤·홍정희,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래몽래인·그룹에이트)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번 주말이면 끝이다. 이제, 겨우 두 회분만을 남겨 두고 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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