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연합 "설 연휴 전 정치적 결혼선언이라도"
이준석, 속도조절론 이어 이낙연에 총선 출마 압박
양향자는 당명 이슈 던져…"과학기술에 대한 철학"
제3지대 신당들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각 세력 간 '주도권'을 둘러싼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양당 정치 폐해에 맞서 국민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동일하지만, 통합 시기와 당명을 놓고 견해 차가 돌출되면서 실제로 '제3지대 빅텐트 구축'을 이뤄내기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3지대 빅텐트 완성의 1차 통합시한으로 여겨지는 설 연휴까지 '실체적 통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당 간 '대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여권 신당인 '개혁신당'이 주도권 선점에 골몰하는 동시에 다른 신당들과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제3지대 통합과 관련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제3지대에는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 외에도 △민주당 탈당그룹이 주도하는 '미래대연합'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의 '개혁신당'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 △금태섭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이 중도·무당층의 표심을 노리고 있다. 이들 정당의 설 전 '대통합' 여부는 '설 연휴가 빠르다'는 이준석 위원장의 속도조절론에 따라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무엇보다 개혁신당 내부적으로도 선명한 보수정당 지향이냐, 빅텐트 지향이냐를 놓고 갈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또 "이기는 빅텐트는 누구랑 (하느냐) 보다 어떻게, 왜 합치냐가 중요하다. 서두른다고 될 게 아니다"고도 발언했다.
이에 '미래대연합'은 설 연휴 전 신당들의 물리·정치적 결합이 이뤄지기 어렵다면, 확실하게 다섯 개 신당이 무조건 같이 간다는 정치적 선언이라도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보폭을 조정했다. 미래대연합은 '설 연휴 전 신당들의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1차 통합 시한을 공개 거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미래대연합의 조응천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설 연휴 전에 맞춰 신당들 간 '합당한다는 정치적 선언'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조 위원장은 "(설 연휴 전에) 합당선언을 하고 합당대회를 한다면 제일 좋겠지만,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우리는 무조건 같이 간다는 걸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 정도도 결혼선언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라고 피력했다.
조 위원장은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합당 서류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확실하게 한다'라고 밝혔을 때 적어도 20~25% 정도 (지지율이) 나오면 그건 앞으로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영구적인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설사 20%가 되지 않더라도 15%를 넘는다면 굉장히 힘을 받아서 갈 수 있겠다"라며 "아시겠지만 선거비용 보전이 15%인데, 15%가 되지 않으면 '사실은 저쪽이 참신한 것 같은데 저쪽 후보로 갔다가 만약에 떨어지더라도 선거비용 보전을 못 받으면 참 곤란하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기인 개혁신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다른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 "우선 입을 닫고 있겠다"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이기인 위원장은 이날 세종시청에서 열린 김양곤 전 국민의힘 세종시당 수석대변인의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말하면서, 이유에 대해선 "이번 주 토요일 창당대회가 있고 아직 당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당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를 바라보고 입당한 5만5000여 명의 당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세종시 당원만 해도 단숨에 500명이 넘게 스스로 입당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준석 위원장의 개혁신당은 오는 20일 국회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이 자리에는 제3지대 신당의 주축들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 이때 '설 연휴 전 빅텐트 성사 여부'의 윤곽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당 세력 간 나타나고 있는 견해 차는 '연대 시기'만을 둘러싼 것은 아니다.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총선 불출마를 놓고도 당사자인 이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간 견해 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준석 위원장은 이른바 '낙준연대'의 성사 조건으로 파격을 제시하면서, 이 전 대표의 호남 지역 출마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의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올해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이 출마를 요구하자,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시사초점 전남 동부입니다' 인터뷰에서 "정치공학적 통합이어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가 연대를 공식화한 가운데 반대 진영에선 '개혁신당'이 '한국의희망'과 우선 합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제3지대 빅텐트의 구축 요건으로 '당명 이슈'까지 들고 나왔다.
양향자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명 고집이 아닌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이라며 "한국의희망은 국정운영의 중심에 과학기술을 놓아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당이다. 우리는 과거 세력처럼 당명과 당직, 비례대표 순번 등을 가지고 다툴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과학기술을 향한 미래 비전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우리의 철학에 동의하시는 그 어떤 세력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거대 양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진 시간이 남아 있고, 향후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각 신당에 몇 명이나 합류할지가 '합종연횡의 주도권'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신당들이 현역 의원들의 합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연대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구 기반이 약한 제3지대 신당들의 입장으로선 아직 준연동형제 유지, 병립형 회귀 등 비례대표제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아 이것 역시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점들에 비춰 설 연휴 전 제3지대 통합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힘을 받고 있다.
또한 현재 '정치공학적'인 관점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다섯 개 신당이 모두 합쳐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긴 하나, 빅텐트 구성 자체가 좌초될 경우를 대비한 '투트랙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신당도 있다는 후문이다.
한 신당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합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명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을 타 당, 타 세력이 그대로 받을 것인지 여부는 벌써부터 정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이어 "지금 제3지대가 어떻게든 성공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 결합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제 세력 간의 합의점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각 세력들이 조금 민감한 시기인 것 같다"는 기류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