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 행보 김동연 "대통령 물러나야"
김경수와도 최근 만나 정국해법 논의
김부겸도 강연정치 등 외연확장 지속
사법리스크에도 '李 일극체제'는 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선고와 야권 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거취 압박 고조가 맞물리면서, 비명(비이재명)계 유력 인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가 공고한 만큼 야권 내 권력 구조에 비명계의 영향력이 당장 있을 것이란 관측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분수령이 다가오며 비명계가 속속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 등 2건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5일과 25일 각각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했다.
최근 들어 가장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물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이날 오전 김 지사는 경기도청 브리핑에서 정치현안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정치 전면에 바짝 다가섰다. 김 지사는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 절규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지금의 대한민국 위기는 대통령이 그 원인"이라며 "이제 대통령에겐 두 가지 길만 있다. 특검을 수용해서 국정을 대전환하는 길,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는 "저는 탄핵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진 뒤 새롭게 들어선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였다"고 자신을 수식하기도 했다.
앞서 김 지사는 '새로운 물결'을 창당했지만, 이재명 대표와 정치교체를 약속함에 따라 2022년 3월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후보 단일화를 했다. 민주당에 입당해 민주당 당적을 가지게 된 김 지사는 이후 같은해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최근에는 경기도에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비명계의 구심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야권의 또 다른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독일에서 만나며 대대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만남에서 현 정국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해법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내 대안으로 꼽히는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에도 기대가 쏠렸으나, 아직 실질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김 전 지사의 경우 그동안 현실 정치 참여에 대한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광복절 특사 복권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올 연말쯤 김 전 지사가 귀국해 비명계 진영을 규합할 것이란 관측도 거세던 상황이다. 하지만 독일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귀국 시점을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루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완고한 일극체제에 따른 정치 복귀 '신중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동연 지사, 김경수 전 지사와 함께 이른바 3김(金)으로 묶이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경우, 국내외를 막론한 강연 정치로 정치 활동의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김 전 총리는 개인 일정으로 미국에 가 있으며, 13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교에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에 나섰다.
김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있던 지난 7일에는 페이스북에 "혼용무도 군주민수(昏庸無道 君舟民水) 지지불태 가이필생(知止不殆 可以必生)"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 중 '군주민수'는 최근 민주당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계속해 암시하고 있는 상황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 전 의원 등 비명계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초일회'의 향배 또한 이목을 끌고 있다. 초일회에 내부에서 이 대표의 대항마를 배출하는 데 화력을 집중할지, 아니면 다른 비명 유력 인사와 연대를 하게 될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초일회는 다음달 초 김동연 지사나 김부겸 전 총리 중 한 사람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는데, 실제 두 사람이 응할지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명 대표의 당내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축이 된 정당 새미래민주당에선 "1월에 유죄 판결이 나오면 그 대안 세력인 '3총3김'을 중심으로 민주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3김 3총은 전직 3총리(김부겸·이낙연·정세균)와 신3김(김경수·김동연·김두관)을 가르킨다.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인 이낙연 전 총리도 최근 공식석상에서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 전 총리는 "야당은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광장 집회를 열고, 그 과실이 야당에게 갈까봐 국민들은 참여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의혹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 혐의 등 4개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처음으로 오는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내려진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돼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선고되고, 이후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엔 의원직 상실은 물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 경우 당연히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 대표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강한 만큼, 비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때까지는 시일이 꽤 걸릴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일극체제인 민주당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당장은 휘청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평론가는 오는 15일 선거법 위반 1심과 관련 "피선거권 박탈 미만형이 나올 경우 친명(친이재명)이 완승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오지만 살짝 상회하는 정도, 예를 들어 200만원 정도가 나올 경우 정도도 '1심'이니, 친명으로선 (판을 뒤집거나) 해볼만하다. 그런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세번째 경우의 수로는 "검찰 구형보다는 못하더라도 센 형량이 나올 경우, 친명 쪽에서는 형식적인 분열 조짐은 없을지라도 비명에선 '3심까지 가면 이재명 대표가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최소한 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것은 시간의 문제이고, 설령 그렇게 판단하더라도 비명 쪽에서 금방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배경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그립이 워낙 세기 때문에, 비명으로선 물밑 작업과 준비 모드 정도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