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경쟁자 개빈 럭스(28)의 겨울 트레이드는 김혜성(26)에게 분명 ‘행운’ 같은 호재다.
미국 ESPN과 MLB.com 등은 7일(한국시각) "LA 다저스가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에 내주고, 신인 지명권과 외야 유망주 마이크 시로타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 김혜성과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0억원) 조건 계약에 합의한 지 3일 만에 다저스는 럭스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0순위)에서 다저스 지명을 받은 럭스는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2019년 빅리그에 입성했지만 기대치를 밑돌았다.
2023년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된 럭스는 2024시즌 출발도 실망스러웠다. 후반기 들어 3할대 타율과 5할대 장타율을 찍으며 살아났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139경기 타율 0.251 10홈런 OPS 0.703로 이름값에 비해 초라했다. 2루수로서 수비도 많이 불안했고, 인상적인 주루도 없었다. 결국 다저스는 공-수-주 모두에서 기대치를 밑돈 럭스를 보내야 할 때라 판단했다.
럭스의 이탈은 주 포지션이 2루수인 김혜성에게 분명 호재다. 2025시즌 다저스 2루수로 김혜성을 예상하는 현지 매체들도 눈에 띈다.
시즌 초반에는 빼어난 수비능력으로 내야 유틸리티 역할에 갇히겠지만, 정교한 타격(2024시즌 타율 0.326)과 주루 능력(2024시즌 30도루)을 보여준다면 주전 자리도 꿰찰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들린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 다저스의 두꺼운 선수층을 떠올리면 김혜성이 가야할 길은 여전히 가시밭이다.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이름을 떨쳤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2루 자리에서 럭스가 빠졌지만 3루수 맥스 먼시, 유격수 무키 베츠가 버틴 가운데 토미 에드먼-크리스 테일러-미겔 로하스 등 백업 내야수들이 넘친다. 지난해 '슈퍼 유틸리티' 역할을 해냈던 엔리케(키케) 에르난데스와의 재계약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김혜성이 가야할 길은 여전히 가시밭이다. 하지만 럭스의 이른 트레이드로 주전경쟁 난이도가 한층 떨어졌다는 점은 김혜성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요소다.
4년 연속 KBO 리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혜성의 수비가 견고하다는 전제 하에 시급한 해결과제는 장타 생산 능력 향상이다. KBO리그에서도 두 자릿수 홈런이 1차례(11개) 밖에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지난 시즌 그라운드볼:플라이볼 비율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파워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김혜성에게 파워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도 높은 컨텍 능력과 특유의 주루 플레이를 바탕으로 홈런은 아니더라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생산한다면 매우 매력적인 야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하위타순에서 김혜성이 출루하고 오타니-베츠-프리먼으로 이어지는 'MVP 트리오'가 김혜성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