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융청, 스튜어드십코드 규제로 기관 참여 독려
작년 토픽스 개정 발표 등 기업의 밸류업 욕구 자극
전문가들 “분할·중복 상장 등 기형적 구조 고쳐야”
최근 글로벌 증시가 연일 활황장을 기록 중인데 반해 국내 증시는 뒷걸음질 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의 강력한 리더십 및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료시로 고다이라 니혼게이자이신문 수석 논설위원은 7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일본 거버넌스 개혁 추이와 2025년 전망, 한국에 시사점은?’ 세미나에서 “일본 거버넌스 개혁은 지난 2014년 일본 금융청과 도쿄거래소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으로 시작됐다”며 “금융청 규제와 도쿄증권거래소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 개혁이 일본 증시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료시로 논설위원은 “금융청은 자산운용사와 뮤추얼펀드 등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는 동시에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불이행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며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2015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포함하는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해 사외이사 독립성과 다양성을 제고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도쿄거래소는 도쿄증시 내 토픽스(TOPIX) 지수의 구성 종목을 현재 2200개에서 오는 2028년까지 1200개 수준으로 줄이는 등 기업들의 밸류업 욕구를 자극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일본 경제산업성(METI)도 2023년 인수합병(M&A)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기업 인수 여부를 기업가치와 주주 공동 이익 증진 여부에 따라 결정한 점도 큰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대 50%을 넘기며 주식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던 모기업·자회사간 상호출자 비율도 현재 1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며 “금융당국 등에서 경영상 또는 업무상 상호 보유의 구체적인 목적 등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등 사실상 매각을 압박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도 국내 증시의 밸류업을 막는 원인으로 무분별한 중복·분할상장 풍조를 지목했다.
김 교수는 “우리 증시는 멀쩡한 상장회사를 인적 분할해서 지주회사의 자회사를 계속 상장하는 매우 기형적이고 전 세계에 없는 구조를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복수 상장이 한 400개 이상으로 올해 다수의 복수 상장이 예정돼 있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고 짚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밸류업 프로그랭에 대해 공시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공시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점 등은 성과로 꼽으면서도 대기업 위주의 참여, 자본비용 언급·지배구조 개선 내용이 미흡한 것은 한계로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기업 거버넌스 개선 방향에 대해 “상장기업에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한 거버넌스 코드를 의무화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제고하고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해 좀비기업을 퇴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및 평가 의무를 강화하는 등 연기금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장은 일본 밸류업 모범사례로 히타치(Hitachi) 그룹을 제시하며 국내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히타치그룹 자회사 중 상장사는 22개에 달했으나 이제는 상장한 자회사가 없다. 상당수를 매각하거나 지분을 일부 파는 방식으로 연결 자회사에서 제외했고 합병하거나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 폐지하기도 했다. 이에 히타치 주가는 최근 4년 간 급격히 상승했다.
김 본부장은 “모자회사가 동시 상장된 경우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완전히 동떨어졌으나 한국과 일본에만 이런 경우가 많았다”며 “기업의 퀄리티나 밸류에이션을 중시한다기보다는 양적인 숫자를 중시하는 문화가 여전한데 이런 것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