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및 내란선전·선동 삭제한 민주당 수정안 가결
특검 찬성한 與의원들 대부분 반대…안철수만 찬성
'관련 인지 사건' 항목 남겨둬 국민의힘 반발 커진 듯
與 "최상목, 거부권 행사해야"…野 "바로 공포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외환 수사와 내란 선전·선동 관련 부분을 삭제하고 수정 발의한 '내란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수정안에 국민의힘 요구를 대폭 반영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탈표 확대를 유도했지만, 그간 특검에 찬성 의사를 밝혀온 국민의힘 의원들조차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수정안에 '관련 인지 사건' 항목은 그대로 남겨두면서 수사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란 특검법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는 17일 밤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을 재석 의원 274명 가운데 찬성 188명, 반대 86명으로 가결시켰다.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왔던 조경태·김상욱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수정안은 기존 안에서 11개였던 수사 대상을 대폭 줄인 게 골자다. 국민의힘에서 반발해온 '외환유도 사건'과 '내란행위 선전·선동'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계엄 특검법'에서 수사 대상으로 열거된 △국회 점거사건 △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사건 △정치인 등 체포·구금 사건 △무기동원·상해 손괴사건 △비상계엄 모의사건 등 5가지가 담겼다.
다만 수정안에 '관련 인지 사건' 항목은 그대로 남겨뒀다. 이에 따라 수사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수정안에선 수사 인력 규모도 축소됐다. 원안은 파견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60명이었지만 수정안은 각각 25명, 50명으로 인력을 줄였다. 수사기간도 130일에서 100일로 조정됐다. 또한 안보 기관 압수수색의 경우 수사 무관 자료는 즉시 반환하고 폐기 조항을 추가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한 특검의 언론브리핑 조항도 유지됐다. 그러나 군, 대통령실, 국가정보원, 경찰청,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 안보와 관련된 다수의 국가기관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사 대상과 무관한 국가 기밀은 언론에 알릴 수 없도록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수정안에 대해 "이 정도면 국민의힘 주장을 전폭 수용한 안이고 합의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국민의힘이 거부할 명분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최 권한대행은 특검을 곧바로 공포하라"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의힘 안을 거의 다 수용했다"며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수정안은 반헌법적 독소조항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며 최 권한대행을 향해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사전에 여야 합의는 없다"며 "자기들 마음대로 발의하고 마음대로 수정하고 마음대로 강행 처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환, 내란선전·선동은 애초에 특검법에 넣지 말았어야 한다"며 "국민을 실컷 선동하고 나서는 여야 협상이 결렬되니까 뺀다는 것은 청개구리 심보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수정안에 '관련 인지 사건' 항목을 그대로 남겨둔 것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 108명 전원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조항이 있는 한 외환, 내란 선전·선동을 그대로 수사할 수 있고 정부여당, 군, 일반 국민에 대한 수사확대가 불보듯 뻔하다. 다시 말해 형사소송법이 금지하는 별건수사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각자 발의한 안을 바탕으로 특검법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약 7시간 동안 협상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내란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이제 공은 최 권한대행으로 넘어갔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반발이 큰 만큼,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이 혹여나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재의결 절차를 밟더라도 국민의힘의 요구사항을 전폭 수용했기 때문에 '이탈표 8표'를 확보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걸로 보는 분위기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인지사건에 대한 부분과 언론 브리핑 조항은 기존 특검에 있던 것이기 때문에 유지하겠다는 건데 이것도 안 하겠다고 하는 건 결국 윤석열을 방탄하겠다, 특검을 무력화하겠다는 게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라고 여론전을 폈다.